보호자들이 동물병원에서 자주 요청하는 것 중 하나가 “스케일링만 해주세요”이다. 겉으로 보기엔 반려견·반려묘의 치아에 치석만 좀 낀 것 같고 아파 보이지 않으니 스케일링만 받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호자가 많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스케일링만으로 끝나는 경우보다 그 이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다. 왜일까?
그 이유는 스케일링이 단순한 미용시술이 아니라 ‘정밀치과검진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스케일링은 치아검사를 하기 위한 진입단계이다. 사람은 스케일링할 때 아프면 말을 하거나 치과의사에게 통증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고양이는 아프다는 표현도 하지 않고 참고 넘길 때가 많아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쪽에서 치아가 흔들리거나 썩어가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흔하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선 스케일링을 단순한 치석제거로만 보지 않는다.
마취상태에서는 스케일링 진행과 동시에 정밀한 치과검진이 이뤄진다. 검진항목에는 ▲치아의 흔들림(동요도) 확인 ▲치주포켓의 깊이 측정 ▲치아뿌리 노출 여부 확인 ▲깨진 치아나 충치 확인 ▲잇몸 속 감염, 농양 여부 확인 ▲필요 시 치과방사선(X-ray)촬영을 통한 턱뼈 및 뿌리상태 평가가 포함된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보호자가 미처 몰랐던 구강 내 문제들이 발견되곤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였지만 사실은 뿌리가 괴사했거나 치주염으로 인해 턱뼈까지 손상된 경우도 흔하다.
치아는 통증이 진행돼도 겉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통증을 감추는 본능이 강해 심각한 치통이 있어도 평소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마취 후 검진 시 뿌리가 썩어있거나 턱뼈까지 염증이 진행된 치아가 종종 발견된다. 치석제거만으로는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스케일링은 단순히 치아 겉에 붙은 치석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잇몸 속 치근(뿌리)이나 턱뼈까지 침범한 염증은 스케일링만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이미 치아가 손상돼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동요도가 심하거나 뿌리가 노출됐거나 신경괴사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대부분 결국 발치가 유일한 해법이 된다.
많은 보호자가 “그냥 놔두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방치하면 ▲지속적인 통증(반려동물의 식욕감소, 성격변화, 만성스트레스) ▲구강 내 세균감염→심장, 신장, 간 등에 악영향 ▲턱뼈염증→골절, 비염, 안면 부기 등의 합병증 ▲입에서 나는 악취 및 침흘림으로 보호자의 생활에 불편 초래하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심장질환, 신장질환, 간질환이 있는 강아지·고양이는 치주염에서 유래한 세균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며 질병을 악화시킬 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조기진단 및 빠른 치료, 예방중심 관리가 중요하다.
스케일링 중 정밀검진을 통해 문제가 확인되면 간단한 치료(간단한 발치, 치은절개 등)는 당일에 마취상태에서 바로 진행되기도 한다. 여러 치아에 문제가 있거나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치료가 예상될 때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우선 보호자에게 정밀검진 결과를 설명한 뒤 치료범위, 마취시간, 비용 등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보호자가 치료에 동의하면 추가 치료를 예약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이처럼 스케일링은 하나의 끝난 행위가 아니라 치료계획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치과질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3세 이상의 반려견 중 약 80%가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반려동물이 고통받게 된다. 반면 조기검진하고 치료하면 반려동물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스케일링을 단순한 미용이나 정기관리가 아니라 반려동물 구강건강을 위한 진단의 기회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스케일링은 ‘치아건강을 위한 첫 단계’이다. 스케일링 중 정밀검진을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치아치료는 통증, 염증, 전신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치과검진은 반려동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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