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집권 한달여만에 이재명 정부의 인사시스템 위기가 전면화되고 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각종 논란으로 낙마하고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계엄옹호·친일·5·18 비하' 발언으로 사퇴한 가운데 인사 실무총괄 책임자인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도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어서다.
대통령 보궐선거로 집권한 이재명 정부여서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채 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간 때문에 체계적인 인사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웠다는 점이 분명이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인사 기준과 인사검증을 해야 함에도 그조차 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인사'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2020년 언론 기고문을 통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기획된 사건'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한국문명을 퇴보시킨 사람, 문재인 -70점'이라고 분석하면서 조국, 우상호, 임종석, 강훈식 등 친문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비난했다.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장으로서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인적 평가가 신중하고 공정해야 함에도 지극히 편향된 인식을 그대로 발언하는 것은 인사혁신처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이처럼 인사 난맥상이 터져 나오자 대통령실은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를 가동중"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성희롱 사건은 기획된 사건"…국힘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
지난 21일 취임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하직원 성희롱 사건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인다는 취지의 글을 언론에 기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처장은 기고문에서 박 전 시장 '정말이지 깨끗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내 눈에는 직감적으로 이 사안이 '기획된 사건'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원순은 경찰에 가서 개인적이고 치사한 일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사회적 논란과 민주 진영의 분열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깨끗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며칠 전 우리 당 김문수 후보의 '성인지감수성'을 공식 논평을 통해 강력히 비판했다"며 "그런데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성인지감수성도 굉장히 나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자리도 아니고 무려 인사혁신처장이다. 정부의 인사 기준을 정하고 적용하는 자리"라며 "이재명 정권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정도로의 막가는 성인지감수성도 오케이(OK) 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 정신' 되살리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며 "그것이 이 정부 성공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최 처장은 박 전 시장을 감싸느라 '기획된 사건'이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었다며 2차 가해도 했다"며 "최 처장처럼 코드 인사로 권력에 영합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사람이야말로 극우 인사"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최 처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제 글로 상처받은 피해자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고위 공직자로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사과했다.
"文, 모든 고통의 원천..고위직 적합성 -70점"…조국·우상호·임종석·강훈식 등 친문계 마구잡이 비난
친문 윤건영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하다"
최 처장의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민족의 축복"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문재 전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개혁을 막은 사람은 문재인과 친문 세력"이라고 말하고 한국문명을 퇴보시킨 사람들로 '윤석열·문재인·조국·한동훈'을 꼽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을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비열한 사람이다. 비굴한 사람"이라며 "나라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 문재인, 조국 등이다"라고 공격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3월 민주당의 대선 패배 후에는 "우상호, 임종석이 하는 꼬라지를 봐라. 이런 애들이 민주당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도 원색적 비난을 했다. '친문'을 겨냥한 비난의 수위가 극단적이다.
또 같은 해 7월 당시 민주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 강훈식 의원 등을 향해선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된다"고도 했다.
반면 최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족의 축복"이라고 극찬하며 높이 평가했다.
최 처장은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에서는 "한국문명을 퇴보시킨 사람들로 윤석열, 문재인, 조국, 한동훈'"이라고 꼽으며, 자신이 개발했다는 APM(역량진단지수)를 통한 고위공직자 적합성 진단 결과에서 '윤석열 -113, 문재인 -70, 한동훈 -63, 조국 -47'이라고 분석했고 반면, '한국문명을 발전시킨 사람들'로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 의원들을 꼽으며 '이재명 96%, 추미애 78%, 송영길 62%, 김용민 60%'라고 점수를 매겼다.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 분열적 진영논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지지층인 '친명-친문'을 극단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친여 성향 유튜브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최 처장을 겨냥해 "북한 김정은 정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첨"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처장이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문 인사들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한 만큼 민주당 내 해묵은 친문계와 친명계간 갈등이 되살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2일 "치욕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 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면서 "불법 계엄부터 대선까지 지난 6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무엇인가 말하기도 싫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李 정부 '실용인사' 위기...성남·경기 라인이 좌우?
역대 모든 정부가 임기 초 인사문제를 겪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경우 최근 인사 난맥상이 집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자체 인사검증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오광수 초대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임명 나흘 만에 차명 부동산 의혹으로 물러났다.
장관 후보자들 중에서는 이진숙·강선우 후보자가 낙마했다. 특히 강 후보자의 경우 현역 의원임에도 낙마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역대 정부에서 현역 의원이 낙마한 사례가 단 한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여권에서는 현역 의원 프리미엄만 믿고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후보자의 경우 '국민추천제'를 통해 발탁됐지만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유학 등 의혹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이 '지명 철회'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국민추천 장관 후보'라는 명분을 무리하게 내세운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불과 몇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보수인사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추천을 했더라도 비상계엄 내란을 극복해야 하는 정부에서 계엄을 옹호하는 인사를 대통령실 비서관에 발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고 결국 강 비서관은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허점이 노출되는 것은 불투명한 인사추천 체계가 꼽힌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인사수석·안보실장·정무수석·민정수석 등이 참여한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했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성남·경기 라인 핵심으로 알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과 김용채 인사비서관 등이 인사검증을 담당하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제외한 다른 핵심 참모들은 인사검증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인수위 없이 출범했지만 자체 인사검증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사 검증절차 보완중…대통령실 인사위원회 가동"
대통령실도 인사 검증 체계의 재정비 필요성을 뒤늦게 인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인사 검증 절차를 꼼꼼히, 엄밀히 진행하고 있지만 좀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 임명자를 찾기 위해 살펴볼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신중히 접근하고 인사 절차에 엄정함을 갖추겠다"고 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24일에는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를 가동중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인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사 검증 및 인사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엄정한 검증과 함께 비서실장 주재로 조금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 보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적극 수용하는 입장으로 태도를 취한 것"이라며 "혹여 눈높이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절차적 완결성을 더 높여가겠다는 의미에서 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에서 조금 더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앞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 과거 저서 표현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사례를 언급하며 "굳이 (임명자) 모든 저서를 다 읽어보거나 저서 안의 표현까지 들여다보진 않았는데 이제 저서 등 부분까지 (검증을) 확장한다든가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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