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급등세를 보였던 세종시 아파트 시장의 열기가 점차 식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면서 투자 수요는 줄어드는 동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등 정책 변수까지 겹치며 시장의 온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기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달 첫째 주에 보였던 변동률 0.00%에 비해 소폭 반등한 수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대선 직후부터 상승폭이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세종 부동산 시장은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주목받으며 단기간에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 4월 둘째 주에는 0.04% 상승하며 하락세를 멈췄고 같은 달 넷째 주에는 무려 0.4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인 5월 넷째 주부터 상승률이 0.30%로 둔화되며 분위기는 반전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끌어올렸던 핵심 요인인 '정책 기대감'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 당시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부각될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청와대 복귀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세종 이전이 실현될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것이다.
행복도시건설청은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 등 실질적인 이전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편이다. 여기에 더해 해수부의 부산 이전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한 세종시 수요 유입 기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거래가는 떨어졌지만 집주인들 '호가'는 여전히 높아
실제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살펴보면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전용 99㎡는 지난 5월 25일 13억800만원(23층)에 거래된 반면, 같은 날 5층은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7월 1일에는 같은 면적 4층 매물이 9억90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저층 매물 기준 두 달 새 9천만 원 가까운 가격 하락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집주인들은 여전히 기대를 버리지 않고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다.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 5월 3일 11억 원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시세는 10억~13억 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돼 있다.
도담동 도램20단지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역시 전용 84㎡가 지난달 6일 5억4900만원에 매매됐지만, 호가는 5억5000만원에서 7억 원대까지 다양한 편이다.
이에 대해 지역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급등했던 가격을 기준으로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2021년에 최고가로 거래된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많다"라며 "그러나 실제 매수 수요는 예전보다 훨씬 위축돼 있고 고점 부담감 때문에 관망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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