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위원장 "국민 눈높이서 사죄하자 호소…의원들, 숙의 필요하다 해"
당 "장관 인선 문제제기가 우선"…혁신위發 쇄신논의 좌초 수순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조다운 기자 = 6·3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윤희숙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하루에 두 차례나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윤 위원장 불참으로 1시간여만에 끝난 오전 첫 번째 의총 직후 윤 위원장 초청 여부를 놓고 '진실 게임'이 벌어졌으며, 윤 위원장이 자리한 두 번째 의총도 40분 만에 별다른 결론 없이 종료했다.
당내에서는 8·22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 가열과 맞물려 혁신위 주도의 쇄신 논의가 사실상 좌초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에 이어 국회 본회의 뒤인 오후 4시께 혁신위의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진행했다.
의총에선 지난 9일 출범한 혁신위가 제안한 ▲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포함(1호안) ▲ 최고위원 선출 방식 변경(2호안) ▲ 당원소환제 강화(3호안) 등 3개 혁신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이 구체적인 혁신안 하나하나를 말한 것은 아니고 우리 당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큰 틀의 말씀만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의원들이 문제 제기나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당내에서 논의를 내부적으로 이어갈 수 있지만 부적절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인선 문제 제기가 우선돼야 할 시기가 아니냐는 의원들의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위원장이 (의총에) 오셔서 지금 상황이 당 혁신안 논의 못지않게 대여 공세에 집중할 시기라는 공감대가 있었고, 수해 복구 같은 부분에 당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전반적인 틀에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혁신안이 표류한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여럿이 했다. 표류하는 차원이 아니라 당이 좀 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으로 가기 위한 논의의 시발점으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추가 의총 일정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며 "장관 인선에 좀 더 당력을 집중해 공세를 이어 나갈 부분이라 추가 의총은 좀 어렵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의총 뒤에 "1호안으로 발표했던, 국민께 진솔하게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원들에게 호소했다"며 "'우리가 지금 정말 마지막 기회다', '국민께 우릴 한 번 더 쳐다봐달라고 진솔하게 사죄하지 않으면 다신 우리에게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이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사죄를 제대로 드리자'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이미 발표된 (혁신안) 1·2·3호안 중 2·3호안은 의원들과 소통하기로 하고 1안 위주로 호소했다"며 "직접적인 반대 의견보다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호안을 발표한 지 거의 2주가 지났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쉽지만, 듣는 입장에서 숙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더 말을 붙일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의총에서는 자신이 개인 자격으로 제안한 인적 쇄신안에 대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 논의보다 대여 공세가 더 중요한 때라는 의견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선후가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죄하는 모습, 과거와 정말 단절하겠다는 것을 국민께 인정받지 않으면 나머지 모든 활동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닿을까 회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오전 의총에 윤 위원장이 불참한 것을 두고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의총이 있다고 연락했는데 본인이 참석 여부 답변을 안 한 것으로 안다"고 했고, 윤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사실이 아니다"는 글을 올려 반박했다.
윤 위원장은 "어제 저녁 송언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으로부터 '의원총회에 참석할 의향이 있냐'는 전화를 받았고, 불러주시면 당연히, 기꺼이 간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한편 윤 위원장은 이날 전당대회 출마 계획을 묻는 말에 "여러 오해를 받을 것"이라며 "혁신안의 순수성이 의심받게 되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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