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글로벌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각국이 자국 실정에 맞는 제도 설계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이 ‘지니어스법(GENESIS Act)’을 통해 규제 기준을 선점한 가운데, 한국 역시 단일 모델을 따르기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디지털 달러 시대’를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감독 체계를 명문화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만 외환 규제나 지급결제 인프라, 통화정책 운용 방식이 국가마다 다른 만큼, 미국식 모델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자국 시장 여건에 맞는 규율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U는 발행량 기준의 차등 규제를 통해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승필 교수는 “EU는 일정 기준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한 스테이블코인을 ‘중요한 스테이블코인(significant stablecoin)’으로 지정해, 자본금 요건이나 회계 감사 주기를 일반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USDC 정도의 유통 규모라면 반기 감사 의무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처럼 중요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자본금 요건, 회계 감사 주기 등을 가중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가중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은행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했고, 발행인이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상환 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국가 간 거래 시 외환거래 대외지급수단 인정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을 외환거래의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전자결제수단’이라는 별도 유형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도종록 외환제도과장은 “단순한 법적 지위 외에도 신고 의무나 외환업 등록 요건 등 전체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우회 경로가 발생할 우려에 대해 정책당국에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 보호와 신뢰 확보를 위한 지급준비자산 보관 요건도 주요 쟁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 논의해 이용자들이 200% 지급준비자산의 보호를 받는 효과를 내는 방식을 구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사례를 보면 규율 체계는 상이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도 설계를 맞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최 교수는 “규제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환경에 맞는 제도 설계”라며 “단계적 접근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면서도 국제 흐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화스테이블코인 초기 발행 주체와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초창기에는 컨소시엄 형태로 기존 금융기관과 지급결제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본다”며 “인가 과정에서도 이런 컨소시엄 구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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