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많은 관심과 우려 속에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개봉 전부터 수많은 이슈를 양산한 영화가 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인기 원작 덕분에 주목받았고, 반대로 원작의 인기 때문에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어두운 전망 속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를 흔들었다. 2017년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8년 뒤, 같은 제작사에서 내놓은 신작은 ‘신과함께’와 놀랍도록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 영화도 개봉 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판타지 액션 영화다. 그 소설의 유일한 팬이었던 김독자(안효섭 분)는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유중혁(이민호 분)을 비롯해 동료들과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상천외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전독시’는 누적 조회수 2억 뷰가 넘는 동명의 웹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방대한 분량을 영화로 올기며 압축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원작의 설정이 변하거나 일부가 사라지면서 원작팬들의 분노를 샀다. 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배후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특정 인물를 지원하는 초월적인 존재를 뜻하는 배후성은 ‘전독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예고편에서 원작에서 배후성이 이순신 장군이었던 캐릭터가 총을 사용하면서 설정 충돌이 있었고,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뚜껑을 열어 본 ‘전독시’에서 배후성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예고편에서 이슈가 됐던 캐릭터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병우 감독은 ‘전독시’가 영화의 세계관과 인물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정보량이 많아 배후성 설정까지 세세하게 다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속편이 이어진다면 그 설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배후성에 관한 디테일한 설명 없이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원작과 배후성 관련 장르를 모르는 관객에게 진입 장벽 하나를 없앤 셈이다. 원작이 있는 ‘전독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대중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를 없이 영화가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리고 원작 팬들이 열광한 요소가 빠져있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작 논란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전독시’의 진짜 성패는 게임화된 세계관으로 관객을 이입시키는 데 있다. 이 영화는 인물들이 부여받은 시나리오를 달성하고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는 게임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캐릭터 상태창, 인벤토리, 아이템, 스킬 등 게임에서 익숙한 요소도 대거 등장한다. 이런 판타지 세계에 납득할 수 있다면 독자의 여정에 동참하는 게 어렵지 않다. 반면, 이런 설정을 유치하게 생각하거나 적응하지 못한다면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게임 속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전독시’는 VFX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했다. 멸망한 세계를 CG를 통해 스펙터클 하게 구현했고, 등장하는 크리처들의 질감 역시 나쁘지 않다. 처음에 낯설 수는 있지만 몰입감을 깰 정도는 아니었고, 어룡의 뱃속 등은 신선한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국 VFX 기술의 발전을 볼 수 있으며, 한국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야심도 보인다.
‘전독시’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액션에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에겐 각자의 고유 아이템과 스킬이 있고, 이를 통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시한다. 이를 활용해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롤플레잉 게임처럼 진행된다. 종종 액션에서의 이펙트가 어색한 게 흠이지만, 배우들의 실제 액션과 판타지 설정으로 타격감이 더해진 장면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후반부 캐릭터들이 각자의 능력 연계해 화룡과 맞서 싸우는 액션 시퀀스는 ‘전독시’의 백미다.
여러 장점 속에 ‘전독시’가 이번 작품으로 완결성을 가질 수 없다는 건 큰 결점이다. 김병우 감독은 ‘전독시’의 흥행 성적에 따라 속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이후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였고, ‘전독시’는 세계관 및 인물 세팅에 집중해야 했다. 때문에 영화가 제시한 정보량과 비교해 이야기에서 오는 재미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영화가 중간에 끊겨버리는 느낌이라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전독시’는 원작 세계관을 일부 활용해 영화만의 재미를 추구하려 했다. 원작의 이식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개봉 전보다 더 많은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 원작이 있는 작품의 숙명이다. 그러나 ‘전독시’를 원작에 뿌리를 둔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대중 영화로서의 장점이 단점보다 잘 보인다. 영화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고, 스크린의 존재 이유가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분명 반가운 작품이다.
오늘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될까. 한국 영화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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