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우리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학 공장'이 가동한다. 담배 연기 속에는 무려 7000여 개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중 79개는 암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다.
이 가운데 비슷한 양의 니코틴을 흡입하더라도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권일한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담배가 몸에 들어오는 발암물질 양을 최대 10배까지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00도가 운명을 가르는 '임계 온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온도’다. 일반담배는 최대 800도의 고온에서 연소 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약 350도로 정밀하게 제어된 온도에서 담뱃잎을 가열한다. 50도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 온도 차이가 만드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연구팀은 연초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400도가 바로 유해물질 생성의 '임계 온도'로 나타났다. 400도 이상에서 호흡기계 및 심혈관계 손상 유해물질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500도 이상에서는 발암물질 생성량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2배 이상 높아졌다.
니코틴 양 비슷해도… 발암물질은 10배 차
흥미로운 사실은 니코틴 생성량이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은 약 1.5배 정도가 차이난다. 하지만 생성되는 발암물질의 양을 비교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반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발암물질이 2배 이상 많았으며, 전체적으로는 약 10배 이상 일반담배의 발암물질 생성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차이는 발암물질뿐만 아니라 다른 독성물질에서도 확인됐다. 호흡기 손상 유해물질 생성량은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약 53.3% 낮았다. 심혈관계와 신경계 장애를 유발하는 독성 화합물도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현저히 적었다.
일반담배는 최대 800도에서 ‘연소’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약 350도에서 ‘가열’되는 방식이다. 바로 이 차이점이 전반적인 유해물질 생성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계적 권위 학술지에 연구 내용 게재… 과학적 규명 의미 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성분 비교를 넘어 열역학 기반 독성 화합물 분석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생성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SCI급 학술지 ‘유해 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지난 4월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권일한 교수는 "흡연 방식의 차이는 단순한 니코틴 함량을 넘어 생성되는 유해물질의 종류와 양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소가 일어나는 온도 이하로 작동하는 가열 방식을 통해 발암물질 생성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환경 및 연소/촉매 분야의 석학인 권 교수는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매년 저널 임팩트 팩터를 발표하는 클래리베이트 분석(Clarivate Analytics)에서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상위 0.1% 논문 인용 과학자'로 선정한 바 있다. 또한 엘스비어(Elsevier)가 발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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