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세포암 환자 중 간 기능 일부 저하(Child-Pugh Score 7점·CPS 7) 환자에서도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atezolizumab plus bevacizumab·Ate/Bev) 치료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 및 이순규 교수 연구팀은 국내 7개 대학병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Ate/Bev 치료를 받은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22일 밝혔다.
Ate/Bev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에서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기존 임상시험은 간 기능이 충분히 보존된 CPS 5 또는 CPS 6 환자에 한정돼 있어 CPS 7 환자에 대한 임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간 기능이 상대적으로 저하된 CPS 7 환자들은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연구팀은 Ate/Bev 치료를 받은 간세포암 환자 37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CPS 5 환자 169명, CPS 6 환자 105명, CPS 7 환자 100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배제됐던 CPS 7 환자군에 대한 정밀 예후 분석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CPS 7 환자 중 총 빌리루빈 수치가 2 mg/dL 미만이고, 혈청 알부민 수치가 2.8~3.5 g/dL 사이이며, 복수가 있더라도 이뇨제로 조절 가능한 정도의 경증이고, 간성 뇌병증이 없는 경우, CPS 6 환자군과 유사한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처럼 조건이 양호한 환자군을 '예후 양호군(favorable CPS 7)'으로 정의했다. 그 외 조건을 갖추지 못한 환자들은 '예후 불량군(unfavorable CPS 7)'으로 구분했다.
이러한 분류를 바탕으로 한 분석 결과, 예후 양호군은 CPS 6군과 전체 생존기간(OS)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대로 예후 불량군은 생존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열세를 보였다. 치료 반응률(ORR)과 질병 조절률(DCR) 또한 예후 양호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 선별된 CPS 7 환자군에서 Ate/Bev 치료의 유효성을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는 간세포암 환자 치료에서 CPS 7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배제해 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간 기능의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분류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Ate/Bev 치료의 적응증(치료범위) 확대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향후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준 교수는 “기존에는 Child-Pugh Score가 7점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역항암제 사용이 제한됐지만, 이번 연구는 간 기능의 구성 요소를 면밀히 분석하여 치료 가능성과 생존 혜택이 있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권정현 교수는 “CPS 7 환자군 내 이질성을 반영해 예후를 정밀하게 구분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이순규 교수는 “그간 근거가 부족했던 CPS 7 환자에 대해 국내 다기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임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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