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기’를 만드나④] 가장 선호하는 육류인 ‘돼지고기’, 왜 천덕꾸러기 만드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누가 ‘고기’를 만드나④] 가장 선호하는 육류인 ‘돼지고기’, 왜 천덕꾸러기 만드나

투데이신문 2025-07-19 17:42:24 신고

3줄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시민들과 '삼겹살 외식'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SNS에 식사 계획을 알리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시민들과 '삼겹살 외식'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SNS에 식사 계획을 알리며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내수 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언제나 고기는 진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서 축산물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삼겹살과 치킨은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굳건한 자리를 점하고 있으며 치즈, 요구르트 등은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으레 소비가 늘어나면 해당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국내 축산업의 생산 기반은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체결 이후 20년이 흘렀다.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축산업은 축종을 불문하고 본격적인 무관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이전까지도 파괴적이었던 FTA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의미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과거 시대를 주름잡던 유행어 중 하나다. 하지만 축산관계자 중 누구도 이 유행어에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축산업에서는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웃을 수 없는 질문 앞에 이제는 정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응답이 절실하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기는 무엇일까. 개인별로 선호하는 고기와 그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대체로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의 인기는 줄곧 최선두의 반열에 올라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산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한돈농가는 환경 및 질병 사안처럼 직면한 문제부터 동물복지, 기후변화 등 산업의 근간이 달라질 수 있는 중장기 과제에 이르기까지 대응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는 해마다 연초에 농업전망을 발표한다. 농경연이 올해 공개한 2025 농업전망에는 농업관측센터가 진행한 소비자조사 결과가 담겨있다. 해당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가정 내 육류 소비 시 돼지고기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 내 육류 소비 선호(1순위) 비중은 돼지고기가 63.2%로 쇠고기(21.1%)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지난해 돼지고기 가정 내 소비 비중은 64.5%, 배달을 포함한 외식 소비 비중은 35.5%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이 60.0%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목심 24.5%, 갈비 7.8% 순이었다.

한돈자조금 관리위원회(이하 한돈자조금)는 소비자들에게 국산 돼지고기인 한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한계 없는 능력, 국돼 한돈’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한돈자조금은 ▲슈퍼푸드 돼지기름 ▲항피로 영양소로 알려진 비타민 B1(티아민)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생성에 필요한 트립토판 ▲고단백 식품 ▲한 돈의 초고속 유통 시스템을 국산 돼지고기의 장점으로 내세우며 소비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한계 없는 능력, 국돼 한돈’을 슬로건으로 한 하반기 TV 광고를 지상파, 케이블, IPTV 등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부터 ‘한계 없는 능력, 국돼 한돈’을 슬로건으로 한 하반기 TV 광고를 지상파, 케이블, IPTV 등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한돈농장 간 사육성적 격차 뚜렷해

지난달 농경연 축산관측에 따르면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6월 현재 1178만에서 1226만마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모돈 사육 마릿수는 95만에서 97만 마리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올해 전체 평균 돼지 사육 마리수와 모돈 사육 마리수는 전년인 2024년 수준으로 전망된다”라며 “누적 돼지 도축 마리수도 전년 수준인 1879만~1911만 마리로 전망되며 평균 돼지 도매가격은 지난해 대비 3.5% 가량 상승한 ㎏당 5300~5500원 수준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수급 또한 안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단지 수급상황만으로는 현장의 한돈농가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가축사육 중 한돈농장 경영은 고가의 시설 및 장비, 그리고 전문 인력이 요구되는 ‘장치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한돈 사육을 하는 노건우 가성농장 대표(45)는 “겉으로는 농장이 허름해 보여도 시설 투자를 하면 수억원 대에서 수십억원 단위의 투자가 들어간다. 그러나 투자를 통해 시설이 좋아져야 환경이 개선되고 사육성적이 잘 나오기에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800평 수준의 농장을 현대화하려 계획하고 있는데 이 규모에서 약 30억원 정도는 투자를 해야할 듯해서 고민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농장이기에 운영할 수 있지 만약 신규진입하는데 수십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면 겁이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왜 한돈농장은 억 소리가 나는 투자를 무릅쓰고 시설 및 환경 개선에 나서는 걸까. 그 이유를 알려면 한돈농장의 운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보통 농장에서 사육하는 모돈은 한 번에 11마리에서 15마리 사이의 새끼돼지(자돈)를 출산한다. 모돈은 1년에 2회 이상(연평균 모돈 회전수 2.13회) 출산한다. 한돈미래연구소가 지난 9일 발표한 한돈팜스 전국 한돈농가 전산성적을 보면 2024년 평균 PSY(모돈 두당 연간 이유두수)는 22.3두이며 평균 MSY(모돈 두당 연간 출하두수)는 18.9두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한돈농가의 평균성적이며 농가별 사육규모별로 살펴보면 사육성적이 뚜렷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모돈 1000두 이상 농장은 PSY 24.9두, MSY 20.1두인데 비해 모돈 100두 미만 농장은 PSY 19.5두, MSY 18.3두에 그쳤다. 보유한 모돈 두수가 많을수록 현대화사업을 통해 농장시설 및 사육환경에 투자한 농장일 개연성이 높다.

한돈팜스 전문사용자 전산성적을 비교하면 농가별 사육성적은 더 뚜렷하게 차이가 벌어진다. 전문사용자 상위 30%의 사육성적은 PSY 29.7두, MSY 24.5두였으나 하위 30%는 PSY 14.6두, MSY 13.4두로 각각 11.3두, 8.7두의 격차를 나타냈다. 생산성적이 저조한 농장은 안정적인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경영난에 처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 대표는 “특히 모돈은 4~5산은 해야 하는데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1~2산 이후 새끼를 낳지 못할 수 있다. 또, 출산을 하면 모돈은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에 사료, 백신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라며 “자돈은 110~120㎏이 될 때까지 사육해 도축장으로 출하하는데 보통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성이 좋은 모돈을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고 모돈이 낳은 자돈을 잘 키워서 출하까지 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시설이 좋아야 돼지를 잘 관리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환경·질병 부담도 상당한데 동물복지·기후변화도

국내 한돈농가들은 최근 수년간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냄새 민원을 비롯한 환경 문제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의 질병방역은 당장 해결이 시급한 사안들이다. 그리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인 등은 중장기적인 변수로 꼽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 냄새민원 발생 건수는 2018년 6700건에서 2023년 1만460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정부는 냄새민원의 주 원인인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자원화해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퇴액비 살포지가 줄어들며 수요처가 부족해 고심하고 있다. 이 중 양돈분뇨는 액비로 전환해 살포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액비 이용처를 늘리기 위해 액비 살포시 규제를 완화하고 공동자원화시설의 에너지화 및 정화처리시설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농가 사용 활성화를 위해 바이오차(Biochar) 살포 지원 범위도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을 통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가축질병 역시 한돈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에 대해 백신 접종 확인 검사를 올해 총 6만597농가에서 104만5000두를 검사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전년도 항체양성률을 기준으로 농장별 검사 횟수를 3단계로 차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ASF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에 사실상 농장 단위의 차단방역에 의존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야생멧돼지가 주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사육돼지에서는 지난 3월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한 건을 포함해 19개 시군에서 52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 한돈농가는 “평상시에 열심히 농장을 소독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개별 농장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경우만 봐도 감기가 조심만 하면 걸리지 않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에서 8대 방역시설 설치를 강조하는데 책임을 농장에만 지우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여유가 있는 농장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농장에게는 부담이 크다. 지금까지 8대 방역시설 없이도 잘 키웠는데 무조건 하라고 하니 답답하다”라고 하소연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3일 충남 홍성군의 한 한돈 농가를 찾아 지방자지단체와 농협, 농가의 폭염 피해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뉴시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3일 충남 홍성군의 한 한돈 농가를 찾아 지방자지단체와 농협, 농가의 폭염 피해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뉴시스]

한돈농가들 사이에는 정부에서 환경 및 질병과 관련한 문제에 규제일변도로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을 넘어 경제동물인 가축에게까지 동물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응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도헌 한돈미래연구소 소장은 “먹거리에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가 등장하고 있다. 당장은 많지 않지만 3040 세대에서 실제 소비까지 윤리적 가치에 따라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서는 해외 사례를 연구하며 시설 위주가 아닌 돼지의 행동을 중심으로 한 동물복지 도입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소장은 기후변화에 대해 “축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소”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물가상승과 공급부족에 따른 수입물량을 늘리고 이는 자급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환경개선시설 투자 부담이 늘고 이상기온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도 높아져 방역비용 또한 상승하게 된다”라고 걱정했다.

이 소장은 이처럼 한돈산업을 둘러싼 여러 사안에 대응하려면 생산자 이미지 제고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는 한돈인 스토리를 발굴하려 한다. 한돈산업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꼭 멋진 축사 시설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문화적 관점에서 소비자 대응 측면으로 시도해보려 한다”고 구상을 설명했다.

각 사안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면서 그와 함께 한돈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문화적 감동을 통해 국민들이 한돈 생산자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한돈농가 사이에는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한우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한돈산업 육성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한돈산업 육성법 제정안을 보면 ▲5년마다 한돈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한돈산업발전심의위원회 및 한돈수급조절협의회 설치 ▲한돈산업 전문교육양성기관 지정 및 운영 ▲한돈 수입안정보험 도입 ▲긴급경영안정자금,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 등 경영안정 지원 ▲사료가격안정기금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어 의원은 “사료값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농가 경영이 위기에 처하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축산법은 규모화 및 현대화된 현재 한돈산업의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시장개방에 따른 국제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 등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응할 제도적 지원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돈협회는 한돈산업 육성법 제정안이 발의된 지난 4월 17일 성명을 통해 “한돈산업은 최근 9조원대의 생산액을 기록하며 농업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라며 “돼지고기는 쌀과 함께 국민의 주식으로서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품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본 법안이 산업의 구조적 재편과 공익적 기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으로서 기능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