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편견과 조롱 속의 그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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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편견과 조롱 속의 그녀②

문화매거진 2025-07-16 15:37:19 신고

[강산 칼럼] 편견과 조롱 속의 그녀①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The Ugly Duchess(못생긴 공작부인)’, 이 그림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초상화가 있다. 

▲ Portrait of an old man, Quinten Massijs
▲ Portrait of an old man, Quinten Massijs


‘The Ugly Duchess’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연두색 바탕에 같은 대리석을 앞에 들고 있고 ‘The Ugly Duchess’가 왼손을 살포시 대리석에 올려놓은 것과 대칭적으로 이 남성 역시 왼손을 대리석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다만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단호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거절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 남성은 ‘The Ugly Duchess’와 다르게 얼굴이나 옷이 별 특징 없이 평범하게 그려져 있다. 

마시스의 이 두 그림은 단순한 인물 묘사가 아니다. 이것은 이야기다. 짧은 풍속극이고, 풍자화이며, 동시에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의 도덕적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이다. 특히 당시 유럽 사회에서 나이 든 여성은 성적 매력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사회적 금기가 있었고, ‘늙음’과 ‘욕망’이 결합하는 순간 그것은 어리석음, 불쾌함, 심지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맥락은 같은 시기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저서 ‘어리석음의 찬미’(1509)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라스무스는 늙은 여인이 화장과 장신구로 젊음을 흉내 내는 것을 ‘가장 우스꽝스러운 어리석음’이라 표현하며 조롱한다. 마시스의 그림은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시각화한 결과물로, 아름다움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혹을 시도하는 늙은 여성을 통해, 당시 사회가 여성의 ‘노화된 욕망’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이 비록 유행이 지났지만 젊은 날 썼던 화려한 하트모양의 에스코피온(escoffion)을 쓰고 가슴골이 보이도록 강조된 코르셋을 입고 장미꽃을 들고 있는 것은 성적인 유혹을 하는 것이고, 남성이 오른손을 들어 올린 것은 그런 여성을 거절하는 의미라고 한다. 결국 여성이 자신의 늙음을 알지 못하고, 혹은 늙은 모습을 화려한 장신구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퀀틴 마시스는 ‘사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르네상스 화가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는 ‘돈을 세는 남자와 그의 아내’ 같은 풍속화에서 보여주듯, 현실을 꼬집고 해학적으로 풍자하는 데 능했다. 해부학적 사실에 집착했던 다 빈치와는 다르게, 마시스는 사람들의 욕망과 위선을 드러내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그런 그가 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단지 스케치를 회화로 구현하려는 실험 이상의 의도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The Money Changer and His Wife(환전상과 그의 아내), 1514
▲ The Money Changer and His Wife(환전상과 그의 아내), 1514


‘The Ugly Duchess’, 이 그림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는 그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웃음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리고 500년이 지난 지금 그 웃음이 과연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든 여성의 장식은 여전히 불편한가? 화장하고 젊음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조롱의 대상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 안에서 느끼는 불편함이야말로 진짜 풍자되어야 할 대상은 아닐까?

퀀틴 마시스는 웃음을 유도했지만, 그림 속 여인은 미소 짓고 있다. 누가 누구를 풍자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도 ‘The Ugly Duchess’ 속 여성의 당당함에 불편한 건 아닐까?

* hyperallergic 저널지 / 크리스타 그뢰싱거(1997).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미술 속 여성들의 모습 . 맨체스터: 맨체스터 대학교 출판부 /  칠버스, 이언 (2009). 옥스퍼드 미술 및 예술가 사전 (제4판). 옥스퍼드: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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