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편견과 조롱 속의 그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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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칼럼] 편견과 조롱 속의 그녀①

문화매거진 2025-07-16 15:27:05 신고

▲ The Ugly Duchess, Quinten Matsys
▲ The Ugly Duchess, Quinten Matsys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이 작품은 1513년에 그려진 그림이다. 자, 우리 솔직해져 보자. 이 그림을 보자마자 처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흠칫. 혹은 어쩌면 피식.

제목은 ‘The Ugly Duchess(못생긴 공작부인)’. 네덜란드 화가 퀀틴 마시스(Quinten Matsys, 1466-1530)의 작품이다. 

이 그림의 모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가상의 인물이다’, ‘여장한 남성이다’, ‘1300년대에 살았던 어떤 못생긴 백작 부인을 모델로 그린 것이다’라는 등의 여러 설이 존재한다. 분명한 건, 화가가 무언가를 풍자하기 위한 의도로 그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풍자하기 위함이었을까.

이 그림 속 여성은 누가 봐도 나이가 많아 보인다. 500년이 지난 현재 기준에 보더라도 무언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눈은 움푹 패어있고 얼굴과 목에는 깊은 주름이 많다. 듬성듬성 숱이 없는 눈썹과 뭉툭한 삼각형 코, 큰 콧구멍, 그리고 얇은 입술로 보아 이는 다 빠진 모양이다. 여성의 오른쪽 뺨에는 큰 사마귀가 있고 털이 많이 나 있다. 탄력 없는 귀와 긴 인중으로 보아 나이를 더욱더 짐작할 수 있다. 이마가 돋보이도록 머리카락을 한껏 끌어올려 모자 안에 집어넣었다. 모자는 양쪽에 큰 뿔처럼 솟아있고 그 모자는 화려한 꽃무늬가 있으며 모자 위 흰 천은 화려한 브로치로 고정하였다. 흰색 천은 그림의 느낌으로 보아 부들부들하고 하늘거리는 천인 듯하다. 가슴을 봉긋 모으려고 상의를 꽉 조여 맸지만, 가슴에도 주름이 깊게 패어있다. 손톱은 짧지만 약간의 때가 있다. 그럼에도 화려한 반지를 양손에 모두 끼고 있고, 오른손에는 빨간 장미꽃 봉오리를 들고 있다. 그림 속 여성의 표정은 당당하면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으며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는 이 그림이 그려진 1500년 초를 기준으로, 1400년 후반에 이미 유행했던 유행에 한참 떨어진 촌스러운 치장이다. 원뿔 또는 양쪽 뿔이 솟아난 모자로 이름은 헤닌(hennin)이라고 불렸고 그중에서도 그림 속 모자와 같이 하트 모양의 모자는 에스코피온(escoffion)이라고 불렸다. 한창 유행할 때도 쓸데없이 화려하고 길다는 조롱을 받았던 모자였다. 그런데 그런 화려한 모자를 유행이 한참 지난 후 나이 많은 여성이 쓰고 있다. 아마도 이 여성이 어렸을 때 썼던 모자였으리라. 그리고 깊이 파여 가슴골이 드러난 옷을 입고 장미 꽃봉오리를 들고 있다.

우리가 아는 보통은 명화들은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팔기 위해 그린 아름다운 것, 사람들이 갖고 싶은 것,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들이다. 한데 이 그림은 우리가 통상 아는 그런 그림과 사뭇 다르다. 

모든 디테일은 아무렇게나 그려진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시대의 ‘유혹의 코드’였다. 장미는 연애와 성적 매력을 암시하고, 조인 가슴, 반짝이는 장신구는 아직 여성으로서 매력을 발산하고 싶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여인이 ‘그런 매력을 발산할 자격이 없다’는 풍자적 맥락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외모는 이미 늙고 쇠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욕망하고, 꾸미고, 누군가를 유혹하려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조소를 불러일으킨다.

화가는 추한 여성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고, 이러한 의도를 제목에서 더욱 명확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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