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하지만 여름밤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창문만 열면 윙윙대는 날갯소리, 베란다 구석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날벌레. 그중 일부는 단순한 불청객을 넘어 생태계까지 흔들고 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이런 곤충들은 더 빠르게 번식하고, 도심 곳곳에서 활동 반경을 넓힌다. 문제는 이들의 번식력만이 아니다. 토착 생물과의 경쟁, 생태계 교란, 심하면 인명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여름, 특히 눈에 띄는 곤충 세 가지가 있다. 등검은말벌, 열대성 바퀴벌레, 그리고 변화한 모기다. 이 세 곤충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개체수가 늘어나고, 활동 시기도 길어지며 생태계를 뒤흔든다.
말벌은 어두운 색에 반응하고, 땀 냄새나 향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습성이 있어 도심에서 만났을 때 방어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1. 등검은말벌, 날씨 더울수록 맹독성 더 강해진다
말벌 중 가장 위협적인 종으로 꼽히는 등검은말벌은 여름에 개체수가 급증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27도 이상일 때 말벌 활동이 가장 활발해진다. 특히 등검은말벌은 8~9월이 되면 공격성이 정점에 이르고, 독성도 강해진다.
몸길이 2.5cm 내외로 비교적 작지만, 무리 지어 공격하는 습성 때문에 더 위험하다. 원래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던 종이었으나, 2000년대 초부터 한반도 남부에 상륙했다. 이후 매년 북상하면서 현재는 수도권 지역 공원, 놀이터, 아파트 단지까지 서식 범위를 넓혔다.
등검은말벌은 한 번 말벌 집을 짓기 시작하면 한 여왕벌이 수백 마리의 일벌을 낳는다. 주변 곤충을 사냥하며 생태계 내 포식자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꿀벌 등 유익 곤충을 사냥하면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2024년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꿀벌 군집 수가 전년 대비 22% 줄어든 지역에서는 등검은말벌 서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리가 하루 30마리 이상의 꿀벌을 사냥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바퀴벌레, 이젠 열대형까지 북상하고 있다
국내 주거지에서 흔히 보던 바퀴벌레는 '독퀴일바퀴'나 '미국바퀴'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 바퀴벌레'가 포착되고 있다.
열대바퀴벌레는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빠르며, 외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특징을 가졌다. 문제는 기존보다 더 뜨거운 기후에서 번식력을 높인다는 점이다.
기온이 30도를 넘는 환경에서 알 부화가 훨씬 빨라지고, 개체 밀도가 높아진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여름 기준, 열대 바퀴벌레 출몰 신고가 전년 대비 3.4배로 증가했다.
아파트 외벽 틈이나 하수구, 주차장 배수로 같은 구조물 속에 알을 낳고, 냉방기기 주변에도 자주 출몰한다. 도심 온도가 주변보다 높게 유지되는 '열섬 현상'과 맞물려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특히 여름철 야간 시간대가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면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진다. 사람이 잠든 사이 주방, 침실, 욕실 등으로 침투해 음식물 쓰레기나 세면대 물기까지 활용하는 생존력이 강하다.
바퀴벌레는 각종 세균을 몸에 지닌 채 돌아다니기 때문에 위생상 좋지 않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설사, 식중독, 호흡기 질환 유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3. 모기, 계절 바뀌며 종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모기도 변하고 있다. 과거엔 여름철이면 들끓었다가 가을 전 사라졌지만, 지금은 계절 상관없이 나타나며 종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얼룩날개모기'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종으로 알려진 얼룩날개모기는 원래 중부 내륙지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기온 상승과 함께 전국에서 포착되고 있다.
기존 도시 모기였던 '빨간집모기'보다 번식력이 뛰어나고, 야행성 특성 때문에 밤낮 가리지 않고 사람을 문다.
최근엔 '아시아 호랑이 모기'의 개체 수도 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등 해외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종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장마 후 고인 물에서 빠르게 번식하는 특징이 있다.
모기 매개 질병은 기온과 습도가 높을수록 전파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방충망이나 모기장 등 실내 방역 수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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