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창문 틈으로 날아드는 작고 투명한 곤충이 있다. 가로등 아래를 빙빙 도는 이 곤충은 날개가 얇고 섬세해 금방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하루살이나 날파리로 오해해 손으로 툭 쳐서 쫓는 경우가 많다. 이 곤충의 정체는 풀잠자리다.
생김새는 평범하지만, 생태계에선 진딧물, 응애, 총채벌레 등을 사냥하는 '천연 방제자'다. 특히 유충 시기의 공격력은 날벌레 중에서도 손꼽힌다. 유기농 농가에선 풀잠자리를 일부러 사육해 하우스에 방사하기도 한다.
하루살이처럼 생겼지만, 해충 사냥꾼인 ‘풀잠자리’
풀잠자리는 이름처럼 식물 주변에서 주로 발견된다. 몸길이는 약 1~1.5cm이며, 날개는 얇고 맑은 초록빛을 띤다. 겉보기엔 하루살이나 소금쟁이처럼 여리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몸통이 뚜렷하고 더듬이가 길게 뻗어 있다. 성충 상태에선 입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짝짓기 후 곧바로 수명을 마친다.
유충은 낚싯바늘 모양의 입을 가진다. 풀잠자리 유충은 잡은 먹이에 독을 주입한 뒤 체액만 빨아먹어 진딧물, 총채벌레, 응애 같은 해충을 빠르게 사냥해 없앤다. 외형은 흙먼지처럼 보여 무심코 밟기 쉬운데, 농작물 주변에서 이 유충을 발견했다면 농약을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잎사귀 아래 숨어 있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재빨리 돌진해 사냥한다. 포식 속도도 빨라 유충 하나가 하루에 진딧물 50마리 이상을 먹기도 했다.
다 자란 풀잠자리는 생식을 마친 후 1~2주 이내에 죽는다. 짧은 생애지만, 그동안 수백 마리의 해충을 없앤다.
농가에선 일부러 키운다… 1통 1만 원 넘는 곤충
국립농업과학원, 농촌진흥청 등은 풀잠자리 유충을 ‘생물학적 방제자’로 분류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농약을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곤충이다. 일반적으로 고추밭, 오이밭, 상추 재배지에 진딧물이 번식하면 살충제 대신 풀잠자리 유충을 방사한다. 진딧물의 번식 속도도 빠르지만, 풀잠자리 유충은 그보다 더 빠르게 포식한다.
시중에서 풀잠자리 유충은 ‘천적 곤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100마리 기준 1만 원 이상이며, 수요는 꾸준히 있다. 일부 농가는 해충 발생 시기와 맞춰 풀잠자리 유충을 미리 확보해 해충을 선제적으로 차단한다. 이 방식은 농약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에겐 ‘무농약 채소’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알아보고 지켜야 할 곤충… 그냥 쫓지 말고 관찰해보세요
풀잠자리는 겉모습이 너무 평범해 종종 해충으로 오해받는다. 특히 조명이 밝은 아파트 베란다, 방충망 틈에 들어온 풀잠자리를 무심코 죽이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풀잠자리 유충은 땅바닥 흙먼지나 나뭇잎 틈에 섞여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해충 피해를 본 농작물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진딧물이 있는 곳이라면 풀잠자리 유충도 함께 활동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농약을 무조건 뿌리기보다는 유충 유무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다.
초록빛 투명 날개가 겹쳐 있고, 몸통이 곧게 뻗어 있으며 더듬이가 긴 곤충을 봤다면 해를 끼치지 않는 풀잠자리 성충일 수 있다. 사람에게 무해하니 내쫓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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