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특별재판소는 10일 지난해 시위로 축출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를 기소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수백 명의 학생이 살해된 대규모 봉기와 관련해 제기된 반인륜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골람 모르투자 모줌데르 판사가 이끄는 3인 위원회는 하시나 전 총리, 아사두자만 칸 전 내무장관, 초우두리 압둘라 알마문 전 경찰청 감찰관 등을 5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인도로 망명한 하시나 전 총리와 칸 전 장관은 궐석 재판을 받게 됐다.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하시나 전 총리가 속했던 아와미 연맹당은 재판 과정을 비난하고 재판소가 ‘캥거루 법원’이라고 비판했다. ‘캥거루 법원’은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인도 망명 하시나에 재판 출석 요청 신문 광고 게재
재판은 6월 5일 시작됐으나 피고인이 없어 공전됐다. 당국은 인도에 망명 중인 하시나 전 총리와 칸 전 장관에게 재판에 출두해 줄 것을 요청하는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하시나는 지난해 8월 5일부터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임시 수반이 이끄는 정부는 하시나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지만 인도는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10일 재판소에 출석한 알마문은 유죄를 인정했으며 나중에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하겠다고 재판소에 말했다.
모하마드 타줄 이슬람 수석 검사는 알마문이 자신이 ‘승인자(approver)’가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승인자’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관대한 처분이나 감형을 조건으로 공범들을 상대로 국가 증인으로 증언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슬람 검사는 재판소는 그의 승인자 자격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출된 하시나의 오디오와 다른 문서를 재판소에 증거로 제출했다.
◆ 하시나 소속 아와미 연맹 “정치적 마녀 사냥” 비판
하시나와 칸을 위해 국가가 임명한 변호사인 아미르 호세인이 제기한 청원은 사건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삭제하라는 것이었지만 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소는 검찰의 모두 진술을 8월 3일, 증인 진술을 녹음하는 날을 8월 4일로 정했다.
아와미 연맹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누스가 이끄는 정부가 사법부를 조종했다고 비난했다.
연맹은 “우리는 하시나 전 총리 등에 대한 기소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조치는 유누스 정권이 당을 상대로 벌이는 마녀사냥과 사법부를 무기화하는 또 다른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시나와 아와미 연맹은 이전에 재판소와 검찰이 특정 정당, 특히 자마트-에-이슬라미당 과 연관되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검찰은 5건의 혐의를 제기하며 하시나가 군, 아와미 연맹당과 동료들에게 대량 학살,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표적 폭력, 시체 소각, 부상자에 대한 의료 치료 거부로 이어지는 행위를 수행하도록 명령한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2월 유엔인권 사무소는 하시나에 대한 학생 주도 시위에 대한 3주간의 탄압으로 최대 1400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 2월, 법정모독죄로 6개월 ‘궐석 선고’
앞서 2일 특별재판소는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해 최소 227명을 살해할 수 있는 면허를 소지했다고 주장한 혐의로 법정모독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하시나가 인도로 도피한 이후 처음으로 선고받은 판결이었다.
이 법정 모독 사건은 하시나와 그녀의 정당 학생회간 통화로 추정되는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녹음 파일에서 하시나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는 227건의 소송을 당했으니 이제 227명을 살해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 특별재판소, 하시나 전 총리가 만든 기관
하시나 전 총리가 재판을 받는 특별재판소는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 대항해 벌인 독립 전쟁과 관련된 범죄를 조사하고 재판하기 위해 자신이 2009년 설립했다.
하시나의 재임 기간 이 재판소는 9개월간의 독립전쟁 동안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 주로 자마트-에-이슬라미당에 속한 정치인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1996∽2001년, 2009∽2024년 두 차례에 걸쳐 20년간 집권했다.
방글라데시는 하시나의 아버지이자 방글라데시의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가 인도의 지원을 받아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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