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대]③ 규제의 딜레마, 혁신과 통제 사이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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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시대]③ 규제의 딜레마, 혁신과 통제 사이의 줄타기

한스경제 2025-07-10 06:00:00 신고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가 337조원으로 국내 GDP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미국·EU·일본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을 시행하며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도 올 하반기 제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본지는 디지털 달러의 글로벌 통화패권 재편부터 월스트리트 금융 거인들의 스테이블코인 쟁탈전, 각국의 규제 전략,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과 한계, 디페깅 리스크, CBDC와의 경쟁, 그리고 2030년 미래 시나리오까지 7회에 걸쳐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모든 쟁점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이미지=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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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전시현 기자] 2022년 5월 가상자산 시장에 전례 없는 붕괴 사태가 발생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주도한 테라(LUNA)와 테라USD(UST) 프로젝트는 불과 나흘 만에 450억달러(약 60조원)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다. 이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28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국내 투자자만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실험은 허망하게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테라 사태 3년이 흐른 지금, 이 충격은 세계 스테이블코인 규제 환경을 근본부터 재편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 유럽, 세계 최초 ‘암호화폐 종합법’ 시행···MiCA로 글로벌 기준 제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유럽연합(EU)이었다. EU는 2023년 4월 세계 최초의 포괄적 암호자산 규제 법안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통과시켰고, 이듬해 7월부터 전면 시행에 돌입했다.

미카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토큰(ART)과 전자화폐토큰(EMT)으로 구분하고 발행사에 대해 철저한 규제 틀을 적용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미카의 핵심은 완전담보 원칙이다. 발행사는 발행된 코인 가치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을 1대1 비율로 보유해야 하며 이를 고객 자산과 철저히 분리 보관해야 한다. 또한 보유자는 언제든지 액면가로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특기할 점은 EU 역내에서 사업하려는 모든 해외 기업에도 동일한 요건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카는 사실상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EU 표준을 강제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테더(USDT)는 미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준비금 구조로 인해 EU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압박을 받기도 했다.

◆ 테더, 유로 시장 철수···'규제 우회’ 전략에 나서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규제에 맞선 전면전 대신 전략적 후퇴를 선택했다. 지난해 11월 유로 스테이블코인 EURT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으며 동시에 미카 기준에 맞는 새로운 유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스테이블R(StablR)에 투자하며 간접 진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테더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미국 써클(Circle)의 USDC가 제도권 금융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추격하고 있다. 테더는 이에 대응해 규제 강도가 낮은 아시아, 남미 시장으로 리소스를 전환하는 규제 차익거래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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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부처 갈등 속 첫 연방법 통과···지니어스법 제정

미국은 오랫동안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싸고 기관 간 관할 다툼을 이어왔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계약으로 보고 증권법 적용을 주장하는 반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를 화폐와 유사한 상품으로 간주하며 자신들의 관할권을 고수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Growing and Encouraging New Innovation in Stablecoin Use)을 찬성 68표, 반대 30표로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최초의 연방 차원 가상자산 입법으로 제도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 수준으로 규제한다. ▲일대일 안전자산 담보 보유 ▲월 단위 회계 감사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감독 등의 요건을 포함하며, 준비금은 미국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한정된다. 이는 달러 중심의 금융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고 대통령 서명을 거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테더-써클 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도권 친화적인 써클이 더 많은 금융기관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 본격 준비···그러나 난관도

국내도 지난해 7월 1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2단계 입법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 1월 15일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을 공개했다.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의 범위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뿐 아니라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발행 주체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의 수요를 대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비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유관기관의 만장일치 동의를 요건으로 제시하는 등 사실상 견제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도 주목된다. 이 법안은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 규제 표준화 가속···스테이블코인, 새 질서 속 성장할까

그러나 한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이서령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장은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테더와 써클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보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써클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계 테더를 견제할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며 “한국도 원화 고집보다 써클 모델을 벤치마킹한 전략적 제휴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시기, 국내 거래소에서 국외 거래소로 스테이블코인이 대거 유출된 현상이 관측됐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실질적인 달러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규제 표준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다만 각국의 규제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국제적 공조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의 미카, 미국의 지니어스법, 일본의 개정 자금결제법, 싱가포르의 프레임워크 등 주요국 규제는 ▲완전담보 ▲분리보관 ▲상환권 보장이라는 공통된 3대 원칙 위에 세워지고 있다. 다만 각국의 통화 주권과 금융 패권을 둘러싼 전략은 서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표준화는 시장 안정에 기여하지만 국가 간 정책 공조 없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기구 주도의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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