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후배들에게 특별히 조언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네 차례야. 그러니 열심히 해'라는 말만 하죠. 배우는 열심히 하는 것밖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톱스타가 된 이정재가 이렇게 말했다. 시즌 3을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을 떠나게 된 이정재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 관련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던 2021년 처음 공개됐다.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세계관으로 유례없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애초 단 한편으로 끝맺으려 했지만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시즌 2, 시즌 3까지 제작됐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기훈'을 연기한 이정재가 있었다. 압도적인 연기로 제 옷을 입은 듯 인물을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에 이정재는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아시아 배우 최초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정재는 "잘 했다는 말보다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1~2년이 지난 후 '오징어 게임'을 다시 봤을 때, 만약 제가 조금 더 성장했다면 '왜 그때는 그렇게 했을까' '왜 몰랐을까' 라며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며 웃었다.
이어 이정재는 "시즌 2, 3을 준비할 때 부담감이 심했다. 더 잘 해야 할 텐데, 뭘 더 잘 해야 할지 싶었다. 그렇게 촬영을 시작한 첫날, 집중해서 연기하다 보니 부담감이 싹 사라지더라. 1년 동안 재미있게 찍었다"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 3에서 친구를 잃고 망연자실한 '기훈'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것을 '대호'(강하늘) 탓으로 여기며 그를 죽이려 한다. 그러다 각성하고 준희(조유리)가 낳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일부 시청자는 '기훈'이 '대호'에게 집착하는 것을 의아해했고, 이정재의 연기가 상황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기훈'의 변화하는 감정선이 이해가 안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재는 "어떤 작품이나 호불호는 항상 있었다. 그래서 그때그때 설명해 드려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오징어 게임'은 호불호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애초 재미만 쫓는 프로젝트가 아니지 않나. 에피소드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 메시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오징어 게임'에 있어서 호불호를 말씀드리기란, 어렵다기보다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정재는 "'기훈'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면이 보였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려 할 때가 있지 않나. '기훈'은 자신 때문에 잘못된 일인 걸 알면서 '대호'에게 떠넘겼고, 그러면서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후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다.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고, 편집 과정에서 감독님이 적절한 장면을 선택한 것"이라며 "시대극이 아니지 않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여서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창작자 입장에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은 주제나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전체 스토리 라인과 수많은 사연, 캐릭터, 그들과 함께한 기훈의 모습에 대해 저는 한 번도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 '왜 이러지?' '너무 불편한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울러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엔딩' 장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정재는 "저 또한 예상 못 한 엔딩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과연 시청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많은 분이 이 엔딩을 좋아할지 궁금했다"라며 "한편으로는 황동혁 감독이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보지 않았구나 싶었다. 가장 의미 있는 엔딩을 찾으려고 했고, 성공한 시리즈에서 과감하게 끝을 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그래서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연기를 잘 해야 했다. '엔딩'을 집중해서 볼 거라고 생각해 많이 고민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노력했다"라며 "많은 시도를 했다. 시청자가 '그래 최선의 선택이었다' 라고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꽤 어려운 설정이었고 뭘 어떻게 해도 부족할 것 같더라. 배우 입장에서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떠올렸다.
계속해서 이정재는 "무엇보다 시즌1이 워낙 성공했고, 계획되지 않았던 후속편을 만들게 되면서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라며 "창작자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최대한 따라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의미에서 큰 경험을 하게 해 준 작품입니다."
이정재는 국내에서 이미 톱스타였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톱스타로 우뚝 섰다. 그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이 찾아온 거로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상상하지 못한 많은 일을 경험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이정재는 "해외에서 이렇게 유명해져도 되나 싶었다. 게다가 상까지 받았다. 진심으로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다"라며 "군대 다녀 왔을 때가 생각나더라. 예전에는 남자 배우가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 주연에서 멀어지는 일들이 많았다. 당시 저도 '이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등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정재는 "시대가 좋아졌다. 열심히 하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세상이 되더라. 그렇게 조금씩 일 할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다. 자연스럽게 경험치가 쌓이더라. 그래서 '오징어 게임'에서 다양한 '기훈'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좋아진 세상에서 '운'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큰 수혜를 얻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정재는 "그렇다고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오징어 게임'으로 인생이 얼마나 바뀌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시더라. 스스로는 오랫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데 그들에게는 그냥 '오징어 게임 덕분에 해외에서 유명해졌다'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3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공개 됐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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