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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실내 온도가 28도를 넘게 되면 우리 몸의 체온 조절과 수면 각성 주기를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 기능에 문제가 생겨 숙면을 방해하게 된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들어도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연속성이 깨지는 것이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숙면을 취하려면 뇌가 밤이 왔다는 신호를 받아들여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야 한다”며 “하지만 밤에도 낮과 비슷한 온도인 27~28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 환경에서는 뇌가 낮인지 밤인지 구분하지 못해 불면증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면이 반복되면 낮 동안 졸림, 피로,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열대야 자체를 피하기 어렵다면, 수면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우선, 자기 전 찬물 샤워는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찬물은 순간적으로는 시원하지만, 체온 조절 중추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수면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몸의 긴장을 풀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 수면 유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취침 3시간 전 과도한 운동이나 식사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므로 잠들기 전 전자기기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수면 온도 조절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실내 수면 온도는 약 25도 전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어컨의 설치 위치와 대류 현상을 고려하면, 설정 온도는 실제 수면 위치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에어컨은 27~28도로 맞추고 ‘취침 운전’이나 ‘예약 꺼짐’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 원장은 “열대야로 인한 일시적인 불면이라도 3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기존에 있던 수면장애 요인이 열대야로 인해 더 악화되면서 수면 리듬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순한 수면 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한 원장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뇌파, 호흡, 심박수, 근육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불면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분석 결과에 따라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빛 치료 등을 병행하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야는 매년 반복되지만, 수면장애는 방치하면 만성화될 수 있다. 단순히 더워서 잠을 못 잤다고 넘기기보다는, 자신의 수면 상태를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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