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AI는 예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①에 이어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하지만 예술작품의 감정을 감지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기술 응용이 아니다. 감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발화자가 명확히 표현하지 않는 이상 정의되기 어렵고, 애초에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감정 탐지(Emotion Detection) 모델이 사용하는 감정 레이블은 대개 “6가지 기본 감정(기쁨, 슬픔, 분노, 혐오, 놀람, 두려움)”이나 “긍정/중립/부정”처럼 단순화되어 있다. 그러나 예술에 담긴 감정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하나의 시 속에는 외로움과 안도감이 함께 공존할 수 있고, 음악은 밝은 멜로디와 슬픈 가사를 동시에 품는다. 감정은 혼합되고, 암시되며, 때로는 고의로 숨겨지기도 한다.
또한 예술은 단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유발'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같은 작품이라도 감상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이 떠오를 수 있다. 작가가 절망을 담아낸 그림을 보고 어떤 이는 평온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AI가 탐지한 감정은 작가의 것일까, 감상자의 것일까? 예술작품의 감정을 판단할 때 기준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와 함께 감정 탐지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의 구조적 한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모델은 사람이 직접 라벨링한 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예술작품에 감정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해석과 해설의 영역이다. ‘정답 없는 감정’을 이산적인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은 예술의 다층적인 의미와 미묘함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예술작품의 감정을 ‘읽는다’는 이야기는 점점 더 자주 들리고 있다. 이는 AI가 정답을 제시한다기보다, 감정 해석의 또 다른 방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AI는 감정을 읽는다기보다 감정을 통계적으로 결론 낼 뿐이다. 그렇다면 이 결과값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감정이란 무엇인가”, “예술에서 감정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AI는 정답이 없는 감정을 어떻게 읽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기술적 궁금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감정은 철저히 주관적이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표현되고 받아들여진다. 같은 그림을 보고 누군가는 따뜻함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감정을 ‘정확하게’ 읽는다는 말 자체가 이미 아이러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감정을 정말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때로 타인의 감정을 오해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감정을 ‘읽는다’는 행위는 AI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조차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 나는 앞으로 예술과 감정의 이 미묘한 경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할지 계속 고민해보고자 한다. AI는 감정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사유에 어떤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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