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처럼 반짝이는 알갱이..." 시원하게 즐긴 여름철 '한국 전통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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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처럼 반짝이는 알갱이..." 시원하게 즐긴 여름철 '한국 전통 음료'

위키푸디 2025-07-05 15:5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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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단 사진. / 위키푸디
보리수단 사진. / 위키푸디

햇볕이 뜨거워지고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 한 잔만큼 반가운 것도 없다. 탄산수나 커피, 에이드도 좋지만, 오래전부터 전해진 곡물음료 한 그릇이면 더위도 거뜬하다. 바로 ‘보리수단’이다.

새콤한 오미자 국물과 탱글탱글한 보리알이 어우러진 보리수단은 여름철 갈증을 달래고 영양까지 채워주던 전통 간식이다.

오미자 국물에 동동 뜬 유리알 같은 보리

보리수단 사진. / 위키푸디
보리수단 사진. / 위키푸디

보리수단은 삶은 보리에 녹말을 묻혀 데쳐낸 보리알을 시원한 오미자 국물에 띄워 만든다. 한입 베어 물면 탱글탱글한 알갱이가 입안에서 터지고, 새콤달콤한 오미자 물이 혀끝을 감싼다. 붉은 국물 위에 동동 떠 있는 투명한 보리알은 마치 유리구슬 같다. 시원한 얼음 몇 개와 꽃 모양으로 썬 배를 띄우면, 맛도 시각도 만족스러운 여름 음료가 완성된다.

‘수단’은 물 위에 동그란 것이 떠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수단은 떡이나 곡물 알갱이를 오미자 물이나 꿀물에 띄워 만든 여름 화채다. 떡을 띄우면 ‘떡수단’, 보리를 띄우면 ‘보리수단’이라고 한다. 음력 6월 보름인 유두에 먹는 대표적인 여름 간식이다. 유두에는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며, 병을 막고 더위를 이겨내려는 풍습이 있었다. 수단은 이 시기에 더위를 물리치는 약식이자, 미용식이기도 했다.

비타민 B, 칼슘 풍부한 보리… 더위 이기는 영양간식

보리 사진. / 위키푸디
보리 사진. / 위키푸디

이 전통 음료의 중심 재료는 곡물로 잘 알려진 보리다. 밥에 섞어 먹는 용도 외에도 여름철 시원한 간식으로 손색없다. 보리는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뉜다. 겉보리는 도정을 해도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아 보리차나 엿기름을 만들 때 쓴다. 쌀보리는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밥이나 수단처럼 식감이 중요한 요리에 많이 쓴다.

특히 햇보리를 쓰는 것이 좋다. 갓 수확한 햇보리는 수분이 많고 단맛이 살아 있다. 삶으면 퍼지지 않고 탱탱하게 익는다. 여기에 녹말가루를 묻혀 데쳐내면 표면은 매끄럽고 속은 쫀득한 알갱이가 된다. 이렇게 만든 보리 경단은 씹는 재미가 있고, 먹고 나면 든든하다. 뜨거운 찻물 대신 오미자 국물에 담가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해 두면, 언제든 꺼내 먹기 좋다.

보리에는 비타민B, 칼슘, 섬유질이 풍부하다. 피부 탄력 개선과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칼륨이 많아 체내 나트륨 배출에도 유리하다. 여름엔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흔들리기 쉬운데, 곡물을 활용한 음료는 갈증도 잘 잡아준다.

만드는 법도 간단…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

보리수단은 겉보기엔 복잡하지만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리와 녹말가루 사진. / 위키푸디
보리와 녹말가루 사진. / 위키푸디

먼저 보리쌀을 깨끗이 씻어 삶은 뒤, 끈적임이 없어질 때까지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여기에 녹말가루를 고루 묻혀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찬물에 헹구는 과정을 3~5번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보리알에 녹말이 겹겹이 쌓이면서 투명한 구슬처럼 된다.

오미자 물 사진. / 위키푸디
오미자 물 사진. / 위키푸디

오미자 물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오미자 2컵에 물 3컵, 설탕, 꿀을 넣어 하루 정도 우려낸다. 이후 체에 걸러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조절한다. 배를 얇게 썰어 꽃 모양으로 준비하거나, 잣을 곁들이면 장식으로 좋다. 보리 경단에 오미자 물을 붓고 얼음을 넣은 뒤, 그 위에 올려 마무리한다.

아이들 간식으로도 손색없고, 더운 여름 입맛이 없을 때도 한 그릇이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손님상에 내놓기에도 근사하다. 떡국떡이나 찹쌀 경단으로 바꿔 만들 수도 있어, 활용법이 다양하다.

기록에도 남은 수단의 조리법… 정성을 담아 만든 간식

보리수단은 조선시대 요리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보리를 잘 찧어 삶아 녹말가루를 묻혀 잠깐 삶은 뒤 찬물에 담가 꿀물에 넣고 잣을 띄운다”라고 적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통보리 대신 보릿가루로 반죽해 동그랗게 빚어 사용하는 법을 소개했다.

『시의전서』에 따르면 흰떡을 작게 썰어 녹말을 묻히고, 꿀물에 넣은 뒤 잣을 띄운 ‘떡수단’ 방식도 있었다. 이는 떡국떡으로도 응용할 수 있어 지금 방식에 그대로 써먹을 수 있다. 보리나 떡을 꿀물에 띄운 이 음료는 여름철을 슬기롭게 나기 위한 조상들의 방식이었다.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해진 요즘, 보리수단은 오미자의 새콤함과 보리의 구수함으로 입안을 정돈해준다. 단맛은 꿀로 조절하면 되고, 고명은 기호에 따라 추가하면 된다. 무엇보다 재료도 단순하고, 과정도 어렵지 않아 가정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보리수단 한 그릇으로 여름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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