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과 섬유질,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 이롭다고 여겨지는 채소가 오히려 치아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 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식물성 식단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식물규소체
연구진은 식물의 세포 내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이산화규소 결정체인 ‘식물규소체’에 주목했다. 식물규소체는 식물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적하는 물질로, 대부분의 채소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식물규소체가 박힌 인공 잎을 제작해 사람 치아에 문지르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식물성 입자들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마모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이미 손상이 있던 치아에서는 마모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고, 법랑질 내부의 균열로 인해 구조적 변형까지 발생했다.
실험에 사용된 인공 잎은 실제 채소를 모방해 만든 것으로, 마찰 효과를 최대한 반영해 실제 섭취 시 일어날 수 있는 영향을 가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강에는 이롭지만 치아는 손상
법랑질은 치아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단단한 외피로,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되지 않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이 부위가 마모되면 충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치아 변색이나 온도 변화에 민감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큰거리거나 시리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법랑질 마모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심할 경우 치아가 깨지거나 치근까지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채소 자체가 건강에 이롭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치아에는 마모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채소 먹다가 치아 파절까지
서울버팀치과 엄용국 원장은 "우리나라는 딱딱한 채소나 식감을 살린 음식을 즐겨 먹는 문화가 있어 치아 파절 사례가 많다"며 "채소를 생으로 씹기보다 데치거나 익혀 부드럽게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채소는 분명 건강에 중요한 식품이지만,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섭취 방식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노화나 잇몸 질환으로 인해 치아가 약해진 고령층일수록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마모가 누적되면 결국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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