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귀신만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팔척귀에 맞서는 무녀와 이무기의 이야기를 담은 〈귀궁〉, MZ무당이 첫사랑 소년의 죽을 운명을 바꾸려는 〈견우와 선녀〉를 지나, 이번엔 좀비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좀비딸〉), 그리고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여자(〈악마가 이사왔다〉)가 등장한다. 귀신에서 좀비, 다시 악마로. K-오컬트 콘텐츠는 점점 더 다양한 종(種)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이들은 단순히 공포를 유발하는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짠하고, 심지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귀궁〉과 〈견우와 선녀〉: K-귀신
왕에게 원한을 품은 팔척귀, 그에 맞서는 무녀(김지연), 그리고 이무기 강철이(육성재)의 이야기. 시청률 11%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귀궁〉의 장르적 뒤를 이은 건 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다. 죽을 운명을 지닌 소년(추영우)과 이를 막으려는 MZ무당 소녀(조이현), 열여덟 청춘들의 첫사랑이 얽힌 구원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착실히 반응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극과 하이틴물이라는 장르적 차이는 있지만, 두 작품 모두 ‘귀신’을 한을 품은 존재로 그리고, 이들의 억울함을 풀거나 편히 떠나보내는 과정을 통해 서사를 전개한다. 귀신은 더 이상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과거를 직면하게 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남녀 주인공 간의 로맨스 역시 이 초자연적 사건을 계기로 서서히 피어난다.
〈좀비딸〉: K-좀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지키기 위해 시골 어머니 집으로 피신한 아버지(조정석)의 고군분투를 그린 휴먼 코믹 영화 〈좀비딸〉은, 기존 K-좀비물과는 결이 다르다. 〈부산행〉 이후 주로 바이러스와 감염자들 간의 생존 사투를 그렸던 서사와 달리, 〈좀비딸〉은 좀비가 되어버린 '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포기할 수 없는 존재와의 공존을 택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중심에 놓이며, 조정석 특유의 생활 연기와 뭉클한 감정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며, 영화 〈인질〉, 드라마 〈운수 오진 날〉 등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7월 30일 극장 개봉.
〈악마가 이사왔다〉: K-악마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맡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 악마 들린 코미디다. 전형적인 공포물이 아닌, 악마조차 웃음 코드로 비틀어낸 이 작품은 2019년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K-재난 코미디’의 새 장을 연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엑시트〉에서 인상적인 코믹 연기를 보여준 임윤아가 다시 한 번 그와 호흡을 맞췄고, 공교롭게도 〈엑시트〉의 또 다른 주연이자 임윤아의 호흡 상대였던 조정석은 〈좀비딸〉로 앞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근 두 배우가 서로의 영화를 응원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재만 악마로 넘어왔을 뿐, 이번에도 여전히 웃기고, 또 새롭다. 오는 8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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