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기후 변화가 유통업계 전반의 전략 재편을 이끌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날씨가 소비자의 심리와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유통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날씨는 단순한 외부 요인이 아니라 전략적 소비 유도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이르게 장마가 시작되며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해 제품군 확대, 행사 시기 조정, 실내 중심 체험 마케팅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모두 장마철을 겨냥한 테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은 기획전 일정을 앞당기고 지역별 기후 변화에 맞춰 팝업 운영과 매장 구성까지 유연하게 조정하며 계절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장마철에 대비해 여름 샌들, 레인부츠, 플랫슈즈 등을 선보이는 ‘서머 슈즈 페어’ 행사를 전년보다 약 일주일 앞당겨 진행했다. 이는 장마 통계가 시작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빠른 장마가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2021년 7월 초에 장마 관련 행사를 진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행사 시작 시기를 한 달여가량 앞당겼다.
장마철 실내 쇼핑 수요 증가에 대응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여름 시즌에 해외 대표 휴양지를 콘셉트로 전 점포가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연한 근무 환경 확산과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 ‘7말 8초’에 집중됐던 휴가객이 분산되면서 한여름 백화점 비수기를 공략하는 역발상 전략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남부 마을 포지타노를 테마로 삼아 더현대 서울 행사장에만 열흘간 1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올해는 대표적 해외 휴양지인 하와이를 테마로 글로벌 팝 아티스트 스티븐 해링턴과 협업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는 11일부터는 더현대 서울 3300㎡(약 1000평) 규모의 실내 정원에 최대 7.5m 높이의 야자수 10여 그루를 배치해 마우이섬의 마을 풍경을 연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철 마케팅은 단기적인 판매 촉진을 넘어 일상 속 불편을 줄이는 실질적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 장기적 관계를 맺고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는 계절 가전, 휴가 수요를 겨냥한 여행, 패션·잡화 등 기후 대응형 상품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비 오는 날 특가전’이나 지역별 강우 예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등 실시간 반응형 마케팅도 강화되는 추세다.
패션업계 역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방수 재킷, 기능성 우비, 젤리슈즈, 우양산 등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으며 일상복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스타일링 제안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지난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상품 라인 ‘애니웨더’를 처음 선보였다. 레인부츠, 우양산 등 급변하는 날씨 속에서도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성 패션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올해는 무더위, 장마, 강풍 등 다양한 기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품목을 추가하며 제품 라인을 확대했고 물량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렸다.
날씨 자체를 마케팅 중심에 둔 차별화 전략도 등장했다. 라코스테는 비 오는 날 전국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제습제를 증정하는 시즌 한정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의류와 신발 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습제를 통해 생활 속 불편을 줄이고 브랜드 경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의도다.
A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유통업계는 날씨를 위협 요소가 아니라 기회로 본다”며 “날씨는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접점이자 차별화된 마케팅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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