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지영 기자] DB손해보험(DB손보)이 미국발 자연재해 여파로 올해 1분기 해외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오히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더 속도를 내고 있다. DB손보는 40년 미국 시장 운영 노하우를 발판 삼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을 신흥 거점으로 영역을 녋혀가고 있다.
DB손보는 미국과 베트남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외형 성장과 리스크 분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은 204.7%로 이전 분기 대비 1.6%포인트(p)가 상승했다. 이는 2월 발행한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DB손보는 LA 산불 피해와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 여파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6%가 감소한 4314억원에 그쳤다. 이에 메리츠화재(4659억원)에 밀리며 업계 순이익 기준 3위로 내려앉았다. 같은기간 해외보험 부문에서는 376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336억원 흑자)와 달리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손실의 원인은 1월 미국 LA에서 발생한 60년 만의 초대형 산불이다. 이 사고로 일반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대비 10.1%p 상승했다. 다만 이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한 손실이 DB손해보험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DB손해보험은 해당 지역에서 총 37건의 보험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4건은 주택 및 종합보험이며 나머지 3건은 소산공인종합보험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초과손해액재보험(XOL) 한도를 초과하는 손실에 대해서는 재보험사로부터 보장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DB손해보험이 부담할 보험금 손실액은 약 6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손실 규모가 약 6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만큼, 2025년 연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3.4%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DB손보는 1984년 괌 지점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4개 지점과 12개 주에 걸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하와이 최대 손해사정사인 존멀렌앤코를 인수하며 현지 기반을 강화했다.
지난해 DB손보는 미국 시장에서 약 7000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하며 국내 손보사 전체 해외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괌 태풍·하와이 산불 등으로 6622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 이어 이번 산불까지 겹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건은 DB손보가 미국 현지에서 반복적인 대형 자연재해를 겪었음에도, 점진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의 여부다.
현재 DB손보는 미국 자동차보험 특화사인 포르테그라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하고 가격 협상 중이다. 이르면 이달 내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할 계획이다. 포르테그라는 1978년 설립된 보험사로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자동차 서비스 계약(VSC)과 특수보험에 특화돼 있으며 자산 규모는 약 7조2800억원(54억달러)에 달한다.
DB손보는 캘리포니아 법인을 통해 상업용 건물보험·주택화재보험·상업용 트럭보험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DB손보는 자동차 특화보험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B손보는 미국에 이어 베트남을 전략적 해외시장으로 낙점했다. 2023년 베트남 현지 손보사 VNI·BSH 지분을 각각 75% 인수하며 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 기존에 보유 중인 PTI 지분 37.3%을 포함하면 베트남 손보시장 2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베트남 외에도 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중국 등 인접국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2006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3년에는 안청보험의 지분 15.01%를 인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DB손보가 미국·중국·베트남 등에서 지분 투자와 법인 설립을 병행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영업 기반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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