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미지처럼 3년은 아니지만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죠."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 1인 2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보영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박보영을 만났다. '미지의 서울'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을 통해 1인 2역의 새 지평을 열었다. 동일한 외형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묘사해야 하는 고난도 연기를 소화하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박보영의 열연 덕에 '미지의 서울'은 8.4%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박보영은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인사드렸다"라며 "저도 매주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 반응을 살폈다. '드라마가 이런 재미가 있었지'라고 새삼 느껴지더라. 많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보영은 '1인 2역' 연기에 뒤늦게 부담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가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박보영은 "제가 원래 계획형이 아니다. 일단 하겠다고 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그제야 1인 2역이 실감 나더라. '무슨 자신감으로 한다고 했지' 싶었다. 작품의 기획 의도, 대사 등 모든 것들이 좋아서 한다고 했는데 뒤늦게 1인 2역에 부담감이 생긴 것이다. 촬영 전날까지 도망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1인 2역, 한 화면에 두 명의 박보영이 등장하는 장면과 관련해서도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보영은 "'미래' 장면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앞에 있는 미지가 어떻게 할지 대역에게 보여 드리면 똑같이 해 주셨다. 이후 제가 대역과 같은 위치, 동선에서 다시 미지를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촬영에 비해 2배로 더 찍어야 해서 스태프들이 힘들고 예민할 때가 많았다"라며 "저는 딜레마가 오더라. 연기 하면서 고쳐 나가는 부분이 있지 않나. 리허설 때 보여 드린 걸 대역이 연기 하면, 그걸 제가 똑같이 해야 하는 딜레마인 것이다. '아 여기에서는 이렇게 할걸'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고치기 힘든 상황이 돼 아쉬웠다"라고 떠올렸다.
또 박보영은 "체구가 비슷한 분이 대역을 해주셨지만 앞에 있냐, 옆에 있냐에 따라 눈 높낮이가 달라지고 시선이 안 맞는 경우가 있었다. 모든 면에서 정교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라며 "이를테면 아침에 미래가 출근하려고 할 때, 미지가 '직장 대신 가줄까' 하면서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타이밍을 맞추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이처럼 해보지 않았던 방식의 연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계산이 필요한 연기가 있는데, 그동안 너무 계산을 안 하고 연기 했구나' 싶었다"라며 "'미지의 서울'을 통해 배우로서 조금 레벨업 한 것 같다. 이제 기술적인 문제로 맞은편에 배우가 앉아 있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미지의 서울'은 30대 여성의 사회생활, 부모와의 관계, 상처와 아픔, 사랑 등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많은 공감을 안겼다. 박보영은 그 중심에서 30대 여성의 애환을 정교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박보영은 "대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대본에 워낙 잘 표현돼 있었다. 30대 여성의 삶을 대본 그대로 잘 그려내고 싶었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라며 "실제로 30대인 제가 느끼는 공감과 위로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박보영은 "미래를 보면 저희 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장녀로서 책임감, 그 무게가 느껴졌다"라며 "제가 둘째다. 미래와 미지처럼 언니랑 티격태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와의 관계도 많이 공감이 갔다. 투덕거리지만 모녀 사이는 다 그러는 것 같다. 싸우면서 풀어 가는 그 과정도 다 겪어 본 일이다"라며 웃었다.
또한 박보영은 "'실패' 라는 것도 돌이켜보면 그렇게 큰 실패가 아닌데 그 순간에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나"라며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별거 아니다' 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지의 서울'에는 말해주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 해주는 사람들이 나온다. 할머니가 미지를 위쪽으로 해 주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대본을 볼 때부터 정말 잘 해야겠다, 잘 하면 좋겠다고 욕심을 가졌다"라고 했다.
박보영은 "저도 배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감독님께 많이 혼났다. 연기 못한다고 집에 가라고 한 분도 있다. '이게 내 일이 아닌가?' 싶더라. 신인 때는 '다른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무수히 많이 했다. 주연 롤을 처음 맡았을 때도 '이 자리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한가?' 하는 의심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극 중 호수(박진영)의 대사처럼 제가 있는 이 자리가 제 자리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박보영은 내년 디즈니+ '골드랜드'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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