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경의 드로잉 텍스트] 게임판을 부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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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경의 드로잉 텍스트] 게임판을 부수는 일

문화매거진 2025-06-30 17:56:56 신고

▲ 팔레스타인의 사진을 보고 상상해서 그린 드로잉 / 그림: 류호경
▲ 팔레스타인의 사진을 보고 상상해서 그린 드로잉 / 그림: 류호경


[문화매거진=류호경 작가] 뉴스를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뉴스의 속성이 대개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매일 뉴스를 본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이슈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가자 지구(Gaza strip)를 봉쇄하고 그 지역 주민들을 구호하기 위한 식료품 전달을 방해하여 기아에 시달리게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최근에 본 뉴스에 의하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모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발포를 해서 6월 한 달 동안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성명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가장한 학살”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규탄했다.

가자 주민들은 지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매일같이 죽고, 부상을 당하고, 구호품 차단으로 인해 식량난과 의료용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그 잔인한 행위들은 모두 불법이다. 그 불법행위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침묵하고 옹호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을 걸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진실찾기 게임’에 묻혀버린다.

이 게임에선 언론, 정치인, 학자, 국가기관, 악플러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팩트(fact)’를 중시하자며 당장 눈에 보이는 고통보다 누가 더 정보를 정확히 많이 알고 있으며 논리적인지 다툰다. 때로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혹은 믿고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가짜뉴스, 거짓 선동,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과잉정보 등을 쏟아내 우리를 본질에서 멀어지도록 유도하며 진실게임의 늪에 빠뜨린다. 지독하게 차가운 게임이다. 게임의 설계자는 우리가 집중해서 응시해야 할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을 보여줌으로써 제일 집요하게 질문해야 할 문제에서 사람들을 떼어놓고 복잡한 싸움에 말려들게 한다. 말려든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분열하고 체념한다. 우리는 그 게임에 참가해서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이길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없다. 오직 그 게임판을 엎어 부숴버려야 한다.

▲ 요즘 읽고있는 책 / 사진: 류호경 제공
▲ 요즘 읽고있는 책 / 사진: 류호경 제공


다시 팔레스타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최대한 빨리 멈추느냐이다. 팔레스타인 땅을 둘러싼 논쟁도 중요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최우선과제는 이 학살을 당장 멈추도록 가해국 이스라엘과 그들과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이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다녀오신 분이 직접 찍어 온 현지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전통문양이 그려진 타일을 만들어 파는 남자, 넓게 펼쳐진 초원과 가축들, 커다란 열쇠 조형물이 얹힌 문, 공을 차는 아이들 등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슬픔과 고통이 가득했다. 사진 속 타일 공예가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딸을 잃었다.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은 폭격으로 집이 부서져 다시 짓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도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커다란 열쇠는 집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과 열망이 담긴 조형물이었다. 공을 차는 아이들 뒤로는 가자지구를 봉쇄하기 위한 거대한 장벽이 둘러 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절망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들 속의 사람들의 표정에선 생명력이 보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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