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작업을 할수록, 전시를 반복할수록 짙어지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회의감 아래 허우적대며 생각을 되풀이하다보면 아찔하다.
‘도대체 내가 무얼 하고 있는거지?’
‘도대체 내가 무얼 그리고 있는거지.’
작가노트를 통해 작업의 의미를 늘어 놓지만 그것은 그 시기에 잡고자 했던 찰나의 시선일 뿐, 지속될 이야기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다. 그보다는 조금 더 영구한, 타인의 터치가 허용되지 않음과 동시에 기꺼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지속성’을 그려낼 순 없을까. 그렇다면 이 질문이 내가 원하던 물음일까.
‘내가 그려내고 싶은 지속성은 무엇인가?’
지속성, 지속되는 것, 끊어지지 않는 것- 이를 ‘인간은 왜 기념과 잔치를 만드는가’와 연결지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을까.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지는 감정이나 습성 따위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면 내가 원하는 바에 조금 더 근접할까.
방향 / 깊이 / 잔상 / 가벼움 / 향기 / 마음 / 차가움과 뜨거움 / 공포 / 죄책감 / 중요하다 / 소중하다 / 행복 / 소망 / 기쁨 / 평안 / 처연 / 처절 / 동정 / 정성 / 연민 / 은은 / 축하 / 원망 / 섭섭 / 외롭다 / 고독 / 심심 / 공허 / 결핍 / 존경 / 동경 / 좋아하는 / 사랑하는 / 미워하는 / 신뢰 / 순수 / 위선 / 정직 / 진실 / 믿음 (출판사 마음산책, 김소연 저 ‘마음사전’ 목차 중 일부)
이토록 쏟아지는 ‘정의된 낱말들’ 속에는 ‘그’ 지속성이 있는 것인가? 단순하고 단정히 내게 파문을 주는 낱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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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어떠할까.
아래는 얼마 전 전통혼례를 한 친구 부부의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갖는 믿음, 혹은 건네는 믿음은 변덕스럽고 가냘픈 동시에 굳건한 영속성을 지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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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들의 혼례를 보고 온 후 꺼내본 작업이다. *사람의 감정에서 지속성을 찾아보고 싶다면, 타인과 신뢰를 나눈다거나 감정을 유동시키는데에 더딘 나로서는 ‘믿음과 약속에 쓰인 색깔’을 따라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속성, 영속성, 혹은-. 여러분은 무엇이 계속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믿고 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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