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도 안 돼요?"…모호한 '약물 운전' 기준 사각지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 약도 안 돼요?"…모호한 '약물 운전' 기준 사각지대

모두서치 2025-06-30 14:21:05 신고

사진 = 뉴시스

 


감기약이나 수면제처럼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먹은 뒤 운전대를 잡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의 종류나, 복용 후 운전 제한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아 시민은 물론 단속을 집행하는 경찰도 현장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30일 오전 개최된 정례 브리핑에서 방송인 이경규(64)씨의 약물운전 혐의와 관련해 "영상, 목격자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의자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해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서 본인 차량과 같은 차종의 타인 차량을 잘못 몰고 인근 사무실로 이동한 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차량 소유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음성이었으며 약물 간이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4일 이씨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이후 이씨는 취재진과 만나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팠을 때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가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이씨가 버스를 들이받고 차도를 비틀거리며 걷거나, 세차장에서 벽을 들이받고 불법 좌회전하는 등 이상 운전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전해졌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경우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약물이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수준에서 '곤란한 상태'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게 문제다. 경찰은 영상, 진술, 운전 행태 등 정황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복용한 약물이 문제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운전해도 되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공황, 불안 등에 쓰이는 자낙스 같은 약을 먹고 운전해도 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기준도 없는데 처벌은 너무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약을 먹으면 당연히 약물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약 먹는 사람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가"라고 지적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2건에 불과했던 약물·마약 관련 교통사고는 지난해 23건으로 5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수면제 복용이나 수면내시경 직후 운전 중 발생한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와 동시에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행법은 약물운전을 금지하는 취지는 좋지만 정의가 너무 광범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며 "감기약, 진통제, 수면내시경 뒤 처방약처럼 명시되지 않은 약도 인지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시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향정신성 약물이 운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약물은 복용 직후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일으켜 실제 운전이 불가능하다"며 "의사나 약사가 복약지도 시 운전 제한 여부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혈중알코올농도처럼 수치화된 기준이 있는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은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해 농도 기준 적용이 어렵다"며 "외국처럼 ‘복용 후 12~24시간 이내 운전 금지’ 같은 시간 기준을 명시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