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2) 마천루 유감-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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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2) 마천루 유감-②

연합뉴스 2025-06-30 14:10:56 신고

3줄요약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가 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9·11 테러를 불러온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의 경우를 보면, 이거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마천루의) 저주라고 할 만하다.

아니, 이것은 로렌스의 가설이나 '마천루의 저주'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의 섭리라고나 할까. 어쩌면 꼭 벌어질 일이 드디어 곪아 터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구약성서 에제키엘 예언서(에스겔)의 말대로 하느님은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그러나 기름지고 힘센 양은 없애 버리겠다. 나는 이렇게 공정(公正)으로 양떼를 먹이겠다"고 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사현장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사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을 잡을 때는 살찐 놈부터 잡는 것이 이익이고 공정한 섭리다. 현대에 와서 기독교 문명이 살찐 양이었다면 이슬람 문명은 부러지고 아픈 양이었다.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은 지구상의 유일 강대국이었고, 1990년 이후 미국의 중동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예방전쟁'과 '선제공격'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한 마디로 미국이 테러를 자초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물경 2천974명의 무고한 인명과 19명의 공중납치범이 사망했다. 미국의 주류를 이루는 유대인의 소유가 많았지만, 종교적 이념과는 무관한 민간인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특히 그들을 구하러 빌딩에 들어갔던 소방관들의 희생이 컸다는 사실은 누군가의 '저주'라고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더더욱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CIA는 배후인물로 오사마 빈라덴을 지목하여 그를 잡는다고 9·11 직후인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고 총액 5천2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런 다음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전쟁을 일으켰다. 2009년에는 오바마도 3만 병력을 추가 파견하고도 빈라덴을 잡지 못했다. (2011년에야 미국 해군 네이비 실 6팀 24명이 빈라덴을 사살했다) 또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며 이라크를 침공하여 전쟁을 벌이고 남의 나라 대통령인 사담 후세인을 사살했다.

미국 '참전용사의 날'인 2014년 11월 11일에 미 국방부가 발표했다. 발표 전날까지 집계된 이라크 전쟁 사망자가 4천412명, 아프간 전쟁 사망자는 2천346명이었다고 밝혔다. (한국계 사망자도 이라크에서 13명, 아프간에서 9명이었다) 이라크 전쟁 사망자 가운데 질병이나 사고 등 비전투행위로 숨진 사람은 930명이었고, 그중 자살한 사람이 223명이었다.

아프간 전쟁 사망자 가운데 비전투행위 관련으로 분류된 경우는 자살 114명을 포함해 508명이었다. 두 전쟁에서의 미군 부상자는 이라크 3만1천949명, 아프간 2만40명 등 모두 5만1천989명이었다.

6·25전쟁에서 숨졌거나 사망 추정으로 처리된 미군이 3만6천574명, 베트남전쟁에서는 5만8천220명이었던데 비교해 대등한 숫자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약 9년 만인 2011년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철수했지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가 이라크인들을 위협하면서 일부 유럽·중동 국가들과 함께 IS에 대한 공습을 진행했다.

미군은 또 2014년 말까지 아프간 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2016년까지 모든 미군을 철수할 계획이지만, 2015년도 잔류 병력 규모를 비롯한 철군 계획은 아직 유동적이다. 멀리 보면 WTC가 불러온 '마천루의 저주'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9·11테러의 범인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타(Atta)는 카이로에서 건축을 공부한 수재였고 범행계획이 세워진 후 함부르크에 유학,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가 미국과 야합해서 수도 카이로를 미국식 디즈니랜드로 만들려 한다고 생각하고 조종사 면허까지 획득하고 테러 조직에 자원했다. 몇십 년 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한 사건을 떠올리며 WTC 공격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했고 결과는 계획한 대로 정밀하게 들어맞았다.

1973년에 일본계 미국인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한 WTC 건물은 가용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중간 기둥이 없이 핵심부의 코어와 1.6m 간격으로 촘촘히 세운 건물 외부의 철제 멀리온만으로 받쳐졌다.

범인들은 절묘하게도 110층 건물의 84층 높이를 들이받았다. 정확하게 계산된 행위였다고 보인다. 보스턴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연료가 가득 찬 상태였고 일부러 비스듬히 건물 가운데 틀어박힌 비행기는 연료를 다 태우며 외부의 철골 기둥들을 녹여 버렸다.

그 결과 84층 상부의 20개 층은 자체 무게(自重)에 의해 도미노처럼 한층 한층 무너져 내리며 두 건물을 완벽하게 지상 1층까지 잿더미로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화재와 중력의 합작품'이라고 불렀지만, 이것은 우리 유교식으로 말하면 사람이 나쁜 것을 공부해서 나쁜 뜻으로 이를 활용한 최악의 사례가 됐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추진된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서울에 다섯 곳을 포함해 10여 곳에 이른다. 그러나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곳은 제2롯데월드(123층, 555m) 정도다.

이것도 2013년부터 구조체 균열 등 여러 가지 사고로 말썽이 이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성남비행장을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안전 문제로 큰 난리를 겪었다. '기업 프랜들리'를 표방한 전임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바꾸면서까지 허가를 해 주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자 이에 반대하는 공군 참모총장을 사임시키기도 했다.

무릇 마천루를 짓는 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 본사는 3층 건물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건물 외관에 신경 쓰지 않고 빈곤 퇴치와 보건·의료 증진을 위해 200억 달러를 썼다.

"왕이시어 신께서는 생물 중에 월등히 큰 것들은 벼락으로 치시어 그것들이 잘났다고 우쭐대지 못하게 하십니다. 작은 것들은 신을 자극하지 않사옵니다."

이 말은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의 다리우스 황제가 에게해의 작은 나라 그리스에 마라톤 전투에서 패한 후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며 500만 대군으로 그리스에 출병하자 그의 숙부가 전쟁을 만류하여 한 말이다. 페르시아는 다시 대패했다. 이것이 유명한 살라미스 해전이다. 헤로도토스(Herodotos)의 '역사'(Historiae) 7권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양에서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오래전부터 같은 생각은 있었다. 왕양명(王陽明, 1472~1529)은 중국 철학사상의 근간이라 할 주자(朱子)의 학문(朱子學)을 양명학(陽明學)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철학자로서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총정리한 말은 "평지(平地)가 태산(泰山)보다 낫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누구나 남보다 돋보이기를 좋아하는 세태를 노철학자는 인생 말년에 그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주라고 앞에 언급한 9·11테러는 하필 그것이 '월드트레이드센터'(世界貿易中心)라는 상징적인 이름뿐 아니라 그 빌딩이 너무 높아서 아랍 세계에는 소위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물로, 반(反) 이슬람 문명의 상징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공격의 목표물로 선정된 끔찍한 결과다.

미국인들은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그 자리에 다시 건물을 짓지 않고 가로세로 64m의 거대한 우물을 두 개 파고 '추모박물관'을 지었다.

지금 이곳은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라고 불린다. 이제 세계 최고 높이를 뽐내던 자리가 원래의 땅 높이로 돌아온 것이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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