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FC서울 팬들이 경기 후 1시간가량 서울 구단 버스를 막고 김기동 감독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김 감독은 사과와 함께 간담회에서 모든 걸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를 치른 서울이 포항스틸러스에 4-1 대승을 거뒀다. 서울은 승점 30 고지를 밟으며 리그 6위까지 올랐다.
서울이 3개월 만에 거둔 홈 승리였다. 전반 17분 린가드가 페널티킥을 넣어 앞서나갔고, 전반 28분경에는 포항 핵심인 오베르단이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도 거머쥐었다. 이후 전반 33분 루카스, 전반 추가시간 4분 둑스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30분 이동희에게 실점하기는 했지만 후반 40분 교체로 들어간 클리말라가 깔끔한 슈팅으로 K리그 데뷔골을 넣으며 서울이 여유롭게 승리했다.
하지만 서울 팬들은 승리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서울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기성용이 포항으로 떠나는 게 확정됐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구단 훈련장에 근조화환과 광고 상용차(전광판 트럭)를 보냈다. 경기 당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서 서울에 항의하는 집회를 장례식 형태로 열고, 북측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광고 상용차를 세워 서울의 기성용 이적 사태를 비판하는 문구를 전광판에 띄웠다.
경기 중에도 구단과 김기동 감독을 향한 성토가 이어졌다. 경기 전부터 수시로 ‘김기동 나가’ 구호가 울려퍼졌고, 김기동 감독의 사진이 전광판에 나오자 야유가 쏟아지며 팬들이 준비한 걸개가 관중석 곳곳에 걸렸다. 경기 중에도 ‘김기동 나가’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서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득점할 때만 환호가 나올 뿐 ‘기성용 응원가’나 ‘고요한 응원가’를 제외한 다른 응원가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 전후로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경기 전에는 “수호신 분들이 지금 너무도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는 건 감독으로서 마음이 너무 무겁다.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시고 응원해주시던 팬들이기에 지금 상황에 대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라며, 경기 후에는 “팬들이 현 상황에 있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울 팬들의 분노를 삭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팬들은 경기 후 구단 버스가 나오는 길에 집결했다. 버스 막기, 소위 ‘버막’를 하기 위함이었다. 버막은 특히 K리그 팬들이 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구단 버스를 막고 구단의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 형태다. 버막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버막이 일어난 경우 팬들 사이에서 구단의 특정 사안이 잘못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서울 팬들은 기성용 이전에도 박주영, 고요한, 오스마르 등 서울 전설로 남을 수 있었거나 은퇴 시까지 예우를 받았어야 할 선수들이 홀대받고 서울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전설에 가깝고, 당장 몇 년은 나오기 힘든 선수인 기성용마저 계약 만료를 6개월 남겨두고 떠나게 되자 팬들이 더 이상 참지 않고 우르르 버막을 위해 뛰쳐나왔다.
모든 버막이 그렇듯 이번에도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구단 버스와 팬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경호원들과 시비가 붙는 건 예사였다. 한 팬은 홍염을 터뜨려 경호원의 제지와 함께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유성한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확성기를 잡고 이야기할 때에도 주변의 고함이나 웅성거림이 사그라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팬들은 계속해서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김 감독이 지금 이 자리에서 입장을 표명하기를 원했다.
김 감독은 두 차례 버스에서 나와 서울 팬들에게 입장을 전했다. 처음에는 버스 계단 위에 서서 “우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 구단과 얘기해서 여러분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라며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얘기하면 오해를 살 것 같아 내일모레로 날을 잡아서 자리를 마련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팬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려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10여 분 잠자코 서있던 김 감독은 버막으로 경기장을 나가지 못하던 다른 축구팬들의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들이 교통 정리를 위해 버스를 움직이려 하자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다른 차를 모두 보내고 난 뒤 팬들은 다시 구단 관계자들과 소통했고, 대표자 격으로 나온 한 팬이 다른 사안들과 함께 김 감독의 사과를 요구하자 다시 버스 바깥으로 나왔다. 구단 관계자의 설득 끝에 자리한 김 감독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틀 뒤에 간담회를 통해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제야 버막이 풀렸고, 구단 버스는 경기장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서울은 오는 7월 1일에 팬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 공식 서포터즈 모임 '수호신' 홈페이지를 통해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간담회는 오후 7시에 열릴 예정이며, 구단 자체 신청 20명과 수호신 홈페이지 신청 20명을 합쳐 총 4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수호신 내 소모임마다 1명만 참석할 수 있게 규정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도록 만들었다. 김 감독과 구단, 팬들 사이에 있는 안개가 이 자리를 통해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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