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해산물 하면 흔히 떠오르는 건 오징어나 전복, 멍게이다. 하지만 바닷가 사람들 사이에선 이맘때만 되면 꼭 챙겨 먹는 해산물이 하나 더 있다. 생소하지만, 한 번 맛본 사람은 매년 찾게 된다는 별미 음식으로 보기엔 민망한 생김새에 놀라고, 씹자마자 퍼지는 단맛에 또 한 번 놀라는 이 해산물의 정체는 바로 '개불'이다.
아무리 바다 음식을 좋아해도 처음 보면 젓가락이 망설여지지만, 막상 입에 넣으면 탱글탱글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전남 여수, 고흥, 완도, 그리고 경남 통영 같은 남해안 지역에선 횟집이나 재래시장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선 바닷가에서 직접 잡기도 한다. 개불은 6-8월 사이 제철을 맞는다.
생긴 건 지렁이처럼 길쭉하고 물컹하지만, 실제론 갯벌 생태계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생물이다.
민망한 생김새 속에 숨은 바다의 단맛
개불은 우리나라 남해안, 서해안 갯벌 깊숙한 곳에서 서식한다. 깊게 파인 U자형 굴을 만들고 갯벌 속 유기물이나 미세한 먹이를 걸러 먹으며 산다. 몸길이는 10~20cm 내외로 지렁이처럼 생겼지만,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외형은 낯설어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라서 가치는 높다.
개불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거의 없다. 타우린이 풍부해 간 해독에 도움 되고, 글리코겐이 들어 있어 체력 회복에도 좋다. 이 외에도 아연, 칼슘, 인 등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여름철 기력이 떨어질 때 챙겨 먹기 좋은 자연 보양식으로 꼽힌다.
특히 회로 먹었을 때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이유는 개불이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 조성 때문이다.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단맛을 내는 글라이신이 다량 함유돼 있어, 간장이나 초장 없이도 개불 자체만으로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
개불은 주로 생으로 먹는다. 손질해 물기를 뺀 뒤 썰면 탱글탱글한 회가 된다. 입안에서 뽀득한 식감이 특징이며, 단맛이 느껴질수록 신선한 개불이다. 회는 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아무 양념 없이 먹는 사람도 많다.
살짝 데쳐서 무침으로 먹거나, 볶음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마늘 기름에 살짝 볶아 간장으로 마무리한 개불 볶음은 현지 포장마차 단골 메뉴다. 탕이나 찌개에 넣는 경우도 있으며, 멍게·해삼과 함께 해물 모둠으로 구성되면 식감과 맛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최근엔 개불을 잘게 썰어 미나리, 부추와 함께 전으로 구워내는 방식도 인기다. 특유의 비린 향이 없어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입안에서 톡 터지는 듯한 질감이 안주로도 제격이다.
신선한 개불 고르기 팁
시장이나 마트에서 개불을 고를 땐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몸통 색이 뿌옇지 않고 투명한 붉은빛을 띠는 게 좋다. 회색빛이 돌고 탁해 보이면 신선도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탱글탱글한 탄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무른 느낌이 나면 오래됐다는 신호다. 셋째, 물 위에서 기어다니는 듯 움직임이 있는 것도 중요하다. 살아 있는 개불은 살짝만 건드려도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한다.
보관할 땐 키친타월을 깐 밀폐용기에 물기를 제거한 개불을 담아 냉장 보관을 하면 1~2일은 신선하게 유지된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손질 후 데쳐 냉동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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