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멍 때리는 하루, 그 속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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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2025-06-29 20:10:03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Wavve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포스터
Wavve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딱 하루쯤은 사라지고 싶었다"
국어 교사 박하경(이나영)은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도, 계획도 없이. 단지 하루 동안 혼자 걷고, 먹고, 멍하니 있는 것.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는 그 짧은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여덟 편의 감정 산책이다.

드라마 같은 영화, 영화 같은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는 드라마 형식을 빌렸지만, 독립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왔다. 총 8편, 각 회당 25분 남짓한 옴니버스 구성은 매회 새로운 인물,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감정을 만난다. 제주, 군산, 해남, 속초, 경주 등 도심을 벗어난 로케이션은 관광지라기보다 ‘멍 때리기 좋은 곳’들이다.

2022년 1월, 씨네21의 신작 시리즈 특집 취재를 통해 이종필 감독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여기서,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콘티 없이 현장에서의 흐름에 따라 촬영을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덕분에 배우들의 즉흥적인 표정과 대사, 몸짓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덜어낸 감정으로 다가온다. 즉, 이 작품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여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백이 전하는 진짜 이야기

이나영은 박하경 역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말이 적고 표정도 크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 속에는 스며드는 감정이 있다. 때론 눈동자 흔들림 하나가, 어깨의 힘 빠짐 하나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녀는 단지 ‘관찰자’에 머물지 않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하경은 말없이 사람들을 품고,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묵언수행하듯 조용한 속초 여행(1화), 우연히 눈이 맞은 부산의 낯선 남자(3화), 오래전 친구와의 재회가 있는 경주(8화)까지. 이야기는 크지 않지만 감정은 깊다.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사람'

이 드라마의 백미는 ‘만남’에 있다. 특별출연 배우들의 향연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예리, 구교환, 심은경, 조현철, 박인환 등 다양한 배우들이 각 회를 주도하며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어떤 회차는 메타 멜로처럼, 어떤 회차는 다큐처럼 흘러간다.

이는 단순한 ‘힐링물’의 범주를 넘어서게 한다.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접촉은 때로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고, 때로는 자존감을 되살리는 힘이 된다. <박하경 여행기> 가 말하는 ‘여행’은 장소가 아닌 ‘타인을 탐험하는 일’이다.

잔잔하지만 확실한 울림

이 작품은 출퇴근길에 보기 좋다. 하지만 짧다고 해서 가볍지만은 않다. 묵직한 메시지를 조용히 내려놓고 간다. 가령 하경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남기는 말처럼.

<박하경 여행기> 는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낯섦이 오래 머문다. 하루쯤 사라지고 싶은 이들, 누군가의 시선 없이 나를 회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작품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건 위로이자,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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