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고 종이를 벗어나고 손을 벗어나는 화려한 표현의 움직임이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노랑, 빨강, 파랑 좋아하는 색에 대한 열정이 겹쳐 만들어진 검은 얼룩들과 표현에 몰두한 나머지 주체가 안 되는 힘에 짓눌린 잔해들, 자신이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한 건지 설명하는 장황한 스피치.
이건 말 그대로 사건 현장이다. 그 현장에 서 있으면 웃으면서 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글프게도 앞서 말한 사건은 예술가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동심에서 발화하는 호기심과 그것을 실체화할 열정, 주체가 안 되는 순수함이 미술에 본질과 같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그래서인지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유치하고 어리숙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들이 있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그림을 그릴 때면 주변이 물감에 온통 뒤집힐 정도로 어질렀다. 캔버스를 집어던지고 붓과 집기를 차고, 말 그대로 야단법석을 쳐댔다. 그로 인해 그의 여자친구는 그가 폭력적이라며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스키아는 순전히 자신의 상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손에 화가 나서, 작업이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다. 정말 만화 ‘아따맘마’의 주인공 ‘단비’와 99%의 동기화율을 보여주는 인물이랄까. 마음에 안 들면 드러눕는 스타일… 대신 몸이 성인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는 그런 경우다.
살바도르 달리 역시 엄청나게 유치하다. 그는 살아생전 ‘천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눈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천재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격일 정도였다. 그는 자신만의 ‘천재 세계관’에 진심이었다.
은행 창구에서 수표 대신 현금을 달라며 은행원과 대치했던 일화가 아주 유명하다. 아내 갈라와 함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 달리는 창구 앞에서 대뜸 “저 직원이 내 수표를 먹어 치울 것이니 현금을 가져오기 전에는 절~대 줄수 없어!”라며 현금을 내놓으라는 생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기이한 상황이지만 50대였던 ‘천재’ 달리는 이미 자신의 세계관 완벽히 감화되어 그게 기이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세계관, 본인이 만든 놀이터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내 갈라는 그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듯,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여보, 직원은 수표를 먹어치우지 않을 것이지만 설령 먹어 치우더라도 우리는 현금을 받을 수 있어요”라며 수차례 설득했고 끝내 달리는 수표를 건네주었다.
우리가 보는 예술가들의 작품은 모두 동심과도 같은 순수한 동기, 열정으로 탄생했다. 잘 정돈된 완성본, 그들이 성심성의껏 세공한 ‘순수한 동심’을 우리는 보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동심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라 작품으로 보이는 모습 외엔 꽤나 유치찬란하고 허황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들이 엿보일 수 있다. 사회에 시각에선 이상하겠지만 그들의 가슴이 늙지 않게, 동심이 ‘안티에이징’을 해주고 있어서다.
사회는 어른들의 시선에서 ‘미술은 사치’라고 이야기하지만, 예술가들은 “미술은 재밌어”라고 아이의 시선으로 말한다. 작품을 보며 그 지점에 공감한다면 우리는 안티에이징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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