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bc 평화방송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에서 매주 1회 ‘백재은의 행복한 오페라’ 코너를 진행하는 장일범(오른쪽)과 성악가 백재은. 두 사람은 코너의 주제와 관련된 코스프레 의상으로도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 | cpbc
아리아보다 더 풍성한 수다, ‘당신 곁의 아리아’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최고의 오페라 입문서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cpbc 평화방송 라디오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속 ‘백재은의 행복한 오페라’ 코너에서 시작됐다. 이 코너는 타이틀처럼 행복하고 유쾌한 진행으로 청취자들의 귀를 잡아끌고 있다. 장일범은 “클래식 방송이라고 해서 꼭 점잖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중계처럼 경쾌하게 해설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오페라도 마찬가지. 결국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예술이니까요”라고 했다.
방송을 위해 준비한 메모들이 쌓였고,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남았다. 백재은은 “방송 중 곡이 나가는 사이에 나누던 뒷이야기들이 진짜 재미있었다”며 “이런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다.
책에 실린 아리아 16곡은 상당한 진통 끝에 선정된 결과다. 아마도 ‘뭘 넣느냐’보다 ‘뭘 빼느냐’가 더 고심이었을 것이다. “정말 무궁무진했어요. 모차르트 ‘마술피리’ 타미노의 아리아, 푸치니 ‘라보엠’의 ‘무제타의 왈츠’ 같은 곡들도 끝까지 후보에 올랐죠.” 장일범은 “아무리 그래도 전화번호부처럼 만들 순 없으니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 위주로 겨우 추렸다”며 웃었다.
많은 클래식 팬들이 “오페라는 클래식 감상의 꼭지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렵고, 문턱이 높은 장르라는 얘기. 오페라는 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어렵다’는 인상을 줄까. 두 사람 모두 ‘언어의 장벽’을 가장 먼저 꼽았다.
“예전엔 자막이 없었죠. 대본집 들고 공연장 가도 어두워서 글자가 안 보이고요.” 백재은은 “하지만 요즘 극장은 자막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관객 입장에서는 훨씬 친절해진 환경”이라며 “1인치 자막의 벽을 넘을 수 있다면 오페라도 충분히 친근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악 창법도 거리감을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백재은은 “성악은 수천석 대극장에서 마이크 없이도 울릴 수 있도록 훈련된 소리라 처음 듣는 사람에겐 다소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성악가와 이들의 성대는 오랜 시간 갈고닦은 악기 같은 존재예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오페라가 확실히 다르게 들릴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컬과 오페라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다. 장일범은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반면, 오페라는 음악이 곧 이야기”라고 했다. 백재은은 “오페라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이해하는 데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몰입하면 깊게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아리아 같은 수다의 재미
오페라 입문자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것은 ‘좋아하는 성악가 찾기’. “좋아하는 가수의 아리아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오페라 전체가 궁금해지고 작곡가까지 따라가게 되죠. 팬심이 최고의 선생님이에요.” 두 사람은 ‘나만의 아리아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조언했다. “오페라는 음악이잖아요.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꾸 듣다 보면 결국 음악이 먼저 손 내밀어 줄 거예요.”
그렇다면 오페라는 공연장, 비싼 오디오로 들어야만 제맛일까. 장일범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현장 무대가 최고겠죠. 하지만 요즘은 녹음, 스트리밍 같은 게 워낙 잘 돼 있어서 값비싼 오디오 없이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마음을 여는 거예요. 거창한 장비보다 필요한 건 오페라를 향한 관심과 호기심입니다.”
‘당신 곁의 아리아’는 단순히 좋은 음악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 영혼, 운명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며 인간의 감정과 삶을 음악 속에서 꺼내 해석한다. 장일범은 작품의 구조와 역사적 맥락을, 백재은은 무대 위와 뒤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짚어낸다. “아리아는 감정이 가장 고조된 순간에 터지는 노래예요. 그 장면 하나에 삶 전체가 함축되기도 하죠.”
두 사람의 아리아 같은 음악 수다를 엿듣는 일은 마치 내년에 나올 임윤찬의 앨범을 지금 미리 듣는 것 같은 행운처럼 느껴진다. 좋은 소식은 또 있다. 이들의 수다는 이제 막 서곡이 끝났을 뿐이라는 것.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기대해달라고 하니, 최고의 아리아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얘기다. 아, 다행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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