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오는 9월 1일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예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의 돈을 일정 금액까지 돌려주는 장치다. 이번 조치는 2001년 이후 24년 만의 변화로, 오랜 시간 고정되어 있던 보호 기준이 물가 상승과 금융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조정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이번 한도 상향은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으로는 어떤 금융회사가 파산하더라도, 예금자 1인은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1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한도가 상향되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사전에 실시한 용역 조사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높아질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25%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금리 경쟁력이 있는 금융기관으로의 쏠림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자금 이동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책도 마련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상시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자금 흐름과 유동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일부 금융사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비할 계획이다. 만약 시중은행의 예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자금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자금 이동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낮고, 예금 외에도 다양한 투자처를 활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해지된 정기예금 계좌는 1,000만 개가 넘는다.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고정된 예금보다 유연한 투자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들은 예금액을 분산하거나,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예치처를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보호받을 수 있는 ‘1억 원’이라는 수치는 제도적 장치에 불과하며,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산 관리가 요구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수치 조정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고령화, 고물가, 저금리 환경 속에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고,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9월부터 적용될 이 변화가 단순히 제도적 상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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