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한 번쯤은 떠올려봤을 그 계절, 그 얼굴.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은 여름휴가를 배경으로 한 단순한 성장 드라마를 넘어, ‘외로움’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네덜란드산 청춘 영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동화처럼 불러내는 이 작품은 순수한 첫사랑, 가족의 의미, 그리고 진짜 어른이 되는 법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
"외로움에도 준비가 필요할까?"
주인공 샘(소니 코프스판 우테렌)은 가족과 함께 휴양지 섬 테르스헬링으로 여행을 떠난다. 철학적이고 조숙한 소년 샘은 언젠가 부모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외로움 적응 훈련’을 혼자 계획한다. 그러나 그의 예측 가능한 여름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한 소녀, 테스(조세핀 아렌센)를 만나며 산산이 부서진다.
테스는 친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샘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일탈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게 두 아이는 ‘가족’과 ‘자신’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안고, 진짜 삶의 무게에 가까워진다.
“몽환적 풍경 속, 뼈 있는 감정”
영화는 실제 네덜란드의 자연 보호구역인 테르스헬링 섬에서 촬영돼, 엽서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하늘과 바다, 모래사장과 자전거길, 그리고 잔잔한 파도 소리까지—이 모든 것이 샘과 테스의 내면을 풍경처럼 보여준다. 현실감 넘치는 촬영과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등장도 영화에 사실성을 더한다.
“사차원 테스와 몽상가 샘의 만남”
테스는 감정을 직진으로 표현하는 활력 넘치는 소녀이며, 샘은 한 발 물러서서 세상을 관찰하는 내성적 아이. 상반된 두 인물의 충돌과 교감은 영화의 핵심이자 매력 포인트다.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과 조세핀 아렌센 두 아역 배우는 경쾌하고도 섬세한 연기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듯한 캐릭터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
테스가 찾으려는 것은 단순한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던 시간’이다. 샘 역시 혼자 남겨질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려 하지만, 그가 정말 두려워했던 것은 연결되지 못한 ‘지금’이었다. 영화는 어린이의 시선을 빌려,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에 닿는다. "우리는 어떻게 혼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름의 끝에서 찾아온, 다정한 위로
〈테스와 보낸 여름〉은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가족, 상실, 외로움, 사랑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결코 얕지 않게 풀어낸다. 약 8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긴 섬세한 감정의 결은, 누구에게나 있었던 ‘그 여름’의 기억을 다시 불러온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누군가에게는 이별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나도 저랬지’라는 미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지금,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좋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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