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적용을 확대하는 절차에 착수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업체, 한국 수출 기업들 사이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각), 자동차 부품 수입에 25%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품목 확대 검토를 공식화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지난 3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절차다. 당시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자동차는 4월 3일, 부품은 5월 3일부터 각각 발효됐다.
현재까지 관세 대상은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기장치 등 핵심 부품에 국한됐지만, 이번 확대 절차에 따라 조향 장치, 브레이크 시스템, 전장부품 등 주요 품목이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TA는 오는 7월 1일부터 미국 자동차 업계와 관련 단체들로부터 관세 확대 대상 부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수렴 절차는 매년 4차례(1월, 4월, 7월, 10월) 열리며, 제출된 의견에 대해서는 접수일로부터 60일 내에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보호무역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엔진·부품 수출에 의존해온 부품 협력사들도 원가 상승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조립 공장에 수출하는 한국산 엔진이나 전장부품에까지 관세가 확대 적용되면, 단가 경쟁력 약화는 물론 현지 생산 전략 자체를 재고해야 할 수 있다"며 "기업들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미 2024년 상반기, 미국은 철강 및 전자 부문에서도 관세 대상을 확대하며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번 자동차 부품 확대 조치는 한국 수출 제조업계 전반에 '전방위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고용 창출과 산업 경쟁력 회복을 명분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해당 기조가 자동차 이외의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연계해 해당 조치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국 내 소비자나 완성차 브랜드에 대한 영향도 만만치 않다. 관세로 인해 부품 가격이 오르면 차량 최종 소비자가격에도 인상 압력이 불가피하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유통망 또한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따른 일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협정은 생산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비(非)미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경우 면세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한국은 USMCA 비회원국이므로, 관세 우회 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생산 기지 재편, 우회 수출, 미국 현지 조립 공장 확대 등의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와 부품 조달 전략의 수정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협상력 제고와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번 조치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의 의견 수렴 과정과 품목 결정 상황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국내 수출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교역 환경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된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일방적 보호무역 강화는 결국 미국 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관세 확대 움직임은 자동차 부품 산업을 넘어, 향후 글로벌 무역질서와 기술경쟁 구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이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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