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리버풀이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시동을 걸었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에서 제레미 프림퐁을 영입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후계 구도를 세운 데 이어, 이제는 왼쪽에서도 또 한 명의 상징과도 같았던 앤디 로버트슨을 대체할 자원을 확보했다. 주인공은 바로 밀로스 케르케즈. 리버풀은 본머스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헝가리 대표팀 수비수 케르케즈를 4,000만 파운드(약 744억 원)에 영입했다.
■ ‘후계자’ 아닌 ‘경쟁자’… 로버트슨 대체의 서막
스카이스포츠는 26일(현지시각) “리버풀이 케르케즈를 영입하며 로버트슨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고 전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로버트슨의 경쟁자로서 영입된 것이지만, 31세의 로버트슨이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구단의 방향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로버트슨은 지난 8년간 리버풀의 왼쪽을 책임지며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영광의 시기를 함께했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간 그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변했고, 트래킹 데이터를 보면 스프린트와 최고 속도 수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단순한 풀백이 아니었기에 대체는 더욱 어렵다. 로버트슨은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트렌트(64도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6개의 도움을 기록한 수비수이며, 케빈 더 브라위너와 모하메드 살라, 부카요 사카 등 공격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창조성을 갖춘 측면 자원이다.
그렇기에 리버풀이 그 후계자로 케르케즈를 선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수비 강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 21세 ‘에너지 괴물’,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활동량
케르케즈는 아직 21세. AZ 알크마르에서 본머스로 이적한 지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왼쪽 풀백으로 자리 잡았다. 안도니 이라올라 본머스 감독은 지난달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케르케즈는 정신적으로 훨씬 성숙해졌고, 이제는 95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38경기 선발 출전한 6명의 아웃필드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리그 최고의 활동량을 기록했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을 넘어서, 트래킹 데이터에 따르면 그는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스프린트 횟수와 총 이동 거리에서 TOP 5에 들었다.
■ 크로스·컷백·돌파… 로버트슨과 닮은 공격 메커니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공격적 기여도다. 지난 시즌 케르케즈는 리그에서 5도움과 2골을 기록했으며, 전방 침투·크로스·볼 운반 등 거의 모든 공격 지표에서 전 시즌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오버래핑과 언더래핑’이다. 스카이스포츠는 “케르케즈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버래핑 횟수 1위(213회), 언더래핑 횟수 1위(137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리버풀이 과거 로버트슨에게 요구했던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단순히 측면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윙어의 안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겹쳐 올라가는 플레이를 즐기며, 이는 상대 수비수에게 혼란을 주는 주요 무기다.
실제로 그는 본머스의 공격 전개의 핵심 루트였다. 프리미어리그 전체 팀 중 좌측 공격 비율이 가장 높았던 팀이 노팅엄 포레스트였다면, 두 번째는 본머스였고, 그 중심에는 케르케즈가 있었다.
■ 공을 '운반하는 수비수'… 리버풀의 전환 축구에 최적화
케르케즈의 또 다른 강점은 볼 캐리 능력이다. 지난 시즌 그의 평균 캐리 진행 거리(90분당 87.4m)는 로버트슨(76.1m)보다 훨씬 길었다. 이는 리버풀이 새 시즌 지향하는 전술 철학과도 잘 맞는다.
아르네 슬롯 감독은 과거 페예노르트 시절부터 전환 공격과 역습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공격 전술을 선보였다. 케르케즈는 이 시스템에서 ‘패스보다 빠른 전진’을 담당할 수 있는 측면 돌파자다.
스카이스포츠는 “그의 침투 후 크로스는 이미 프리미어리그 수준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장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맨시티전과 에버튼전에서 각각 브룩스와 세메뇨에게 기록한 컷백 도움 장면은 로버트슨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 리버풀 디렉터 리처드 휴즈의 '작품'
케르케즈의 영입은 단순한 스카우트 결과가 아니라, 리버풀의 신임 스포츠 디렉터 리처드 휴즈가 본머스 시절 직접 데려온 선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그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던 휴즈가 ‘리버풀판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재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버풀 팬들에게 로버트슨은 단순한 왼쪽 수비수가 아니다. 그의 투지, 헌신, 그리고 크로스는 클롭 시대를 상징하는 요소였다. 그런 의미에서 밀로스 케르케즈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다.
물론, 로버트슨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유럽 무대에서 그 역할을 가장 유사하게, 그리고 가장 젊고 왕성하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케르케즈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아놀드-로버트슨의 풀백 시대는 끝났다. 리버풀의 신형 풀백 케르케즈와 프림퐁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2025-2026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영국 스카이스포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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