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불꽃을 피우다. 맛으로 스미다” 오래된 불맛의 기억 편으로 꾸며진다.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조리법 ‘직화구이’는 수 세기가 지나도 우리의 밥상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검게 그을린 자국 안에 피어난 훈연의 향. 그 단순한 조리법으로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그 뜨거운 맛을 만나러 간다.
연탄불에 고소하게 구워지는 생선,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불에 음식을 굽는 직화구이는 인류 최초의, 어찌보면 가장 단순한 조리법이다. 그러나 어떤 땔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또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낸다. 훈연 효과 때문이다. 즉 땔감 자체가 하나의 조미료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전통적 직화구이는 어떤 맛일까? 지금이야 전화 한 통화면 전국 곳곳으로 숯이 배달되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마을에 흔히 널린 것들을 땔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역별로 각기 다른 불맛을 탄생시키게 되었다는데, 삶의 터전에서 얻어지는 것들로 불을 지펴, 한국인만의 독특한 불맛을 만들어낸 옛 사람들의 지혜와 불맛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본다.
■ 함께여서 더 뜨거운 맛! 짚불구이 – 전라남도 무안군
영산강 하구의 비옥한 땅 덕분에 벼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던 무안군 몽탄면, 몽탄면에서는 추수가 끝난 후 볏짚을 태워 음식을 구워먹는 풍습이 있다. 볏짚을 태움으로써 액운을 막고, 타오르는 불처럼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먹었던 음식, 짚불구이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구워 먹던 짚불 삼겹살과 친구들과 함께 먹던 생선구이. 고기와 생선 속에 깊숙이 베인 짚불 향은 몽탄면 마을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특별한 맛이 있으니 함께 어울려 구워 먹는 맛이 그것이다. 누군가는 짚불을 피우고, 누군가는 볏짚이 타는 동안 새 짚을 넣어주고, 또 누군가는 고기를 굽고, 이렇게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짚불구이기 때문이다. 다 함께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해온 농경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는 음식. 더불어 익어가는 짚불구이의 특별한 맛과 무안의 특산물인 칠게를 갈아 만든 칠게장까지, 몽탄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특별한 한 상을 만나본다.
■ 어머니의 인생과 함께 타오른 소나무 숯 – 경상북도 봉화군
금강소나무의 자생지로 유명한 고장, 경상북도 봉화. 이 지역 주민들은 예로부터 소나무를 베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음식을 구워 먹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이 지역만의 특별한 구이가 있으니 바로 ‘솔잎 숯불구이’다. 소나무 숯으로 고기를 굽고 솔잎으로 향을 입히면 그윽한 솔향이 고기에 밴다. 그 특별한 불맛을 지키고 있는 김문영 사장님. 쉽게 불이 붙은 소나무 숯의 특성상 불 조절이 관건이라는데 사장님의 50년 노하우는 바로 부채질. 부채질로 불을 껐다 지폈다는 반복하며 돼지고기에 소나무 숯향을 입힌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담기 전 솔잎을 넣고 한 번 더 솔향을 입히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은은한 솔향이 담긴 돼지숯불구이가 완성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나무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집들이 사라지면서 소나무 숯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소나무 숯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그 소나무 숯불에 구운 고기 맛을 그리워하는 고향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태워 숯불을 피우는 소나무처럼, 평생 자신의 청춘을 태워 자식들의 울타리가 되어온 김문영 사장님의 솔향 그득한 인생 이야기를 만나본다.
■ 백운산 참나무의 뜨거운 선물 – 전라남도 광양시
백운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도선국사마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순심 씨(68 세)는 숯불을 피울 때마다 숯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서던 부모님의 뒷모습이 생각난다고 한다. 그 옛날 부모님은 장터에 나가 숯을 팔아 소금이며 쌀, 그리고 간갈치를 사 들고 오시곤 했다.
백운산의 참나무를 구워 만든 숯은 일반 숯보다 단단하고 탄소 함유량도 높아 오랫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특징. 그래서 참숯으로 음식을 구우면 잡내를 흡수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낸다. 덕분에 광양에서는 예로부터 다양한 참숯구이가 발달했는데 그 대표적인 음식이 ‘광양 숯불고기’다. 조선시대 광양으로 유배를 간 선비가 한양으로 돌아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광양의 옛 지명인 ‘마로(馬老)’를 따서 ‘천하일미 마로화적(天下一味 馬老火炙)’ 이라 칭했다는 ‘광양 숯불구이’. 그리고 서민들의 음식이었던 ‘숯불 닭구이’까지 참숯이 선사하는 특별한 맛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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