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드레스도 감정처럼 흔들린다. 치어리더 안지현이 보여준 화이트 슬립 드레스는 그 어떤 장식 없이도 계절의 정서를 꿰뚫는다. 샌프란시스코의 고전적인 돔 건축 앞에서, 그녀는 마치 시간 여행자처럼 고요한 아름다움을 품었다. 얇은 끈, 풍성한 실루엣, 겹겹이 쌓인 쉬폰은 여름이 가장 사랑하는 질감이다.
슬립 드레스는 1920년대 플래퍼 걸의 자유로움부터 90년대 케이트 모스의 그랜지 시크까지, 늘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다. 안지현이 선택한 슬립 드레스는 특히 순백 컬러로 눈부신 햇살보다 청량했고, 튜브탑 위에 덧댄 시스루 디테일은 속살처럼 은근히 눈길을 끌었다. 단 하나의 액세서리 없이도 완성되는 이유다.
이런 드레스는 ‘꾸안꾸’의 정점에 있다. 머리를 질끈 묶거나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얹는 것만으로도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샌들 대신 스니커즈를 신으면 무심한 스트리트 무드가 더해지고, 반대로 리넨 블레이저를 툭 걸치면 도심 속 로맨티시스트가 된다.
화이트 슬립 드레스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여름의 드레스 코드다. 특별한 날보다 일상에서 더 빛나는 이 아이템은, 가볍게 입되 마음만은 깊게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안지현의 이번 스타일링은 계절의 무드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은 슬립 드레스의 계절이다. 하늘하늘한 이 한 벌만으로, 당신의 하루가 영화처럼 흐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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