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세상의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그 아픔은 단지 개인의 상처를 넘어 삶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상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선 연예인 중에도, 마음 한편에 이별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누구보다 밝고 단단해 보이는 이들도, 자식을 잃은 뒤로는 “매일 밤 눈물을 흘렸다”라고 고백한다. 그 ‘매일’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는 상상조차 어렵다. 어떤 이는 슬픔에 무너져 무대에 서는 일이 두려워졌고, 또 어떤 이는 그 상처를 품은 채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견뎌냈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겪는 고통은, 유명세나 부를 떠나 결국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가장 원초적인 슬픔이다.
배우 이광기의 둘째 아들 故 이석규 군은 7살이던 2009년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석규 군은 유치원에서 감기 증상을 보여 이비인후과 개인병원을 찾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이 악화해 일산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의료진은 뒤늦게 이석규 군에게 타미플루를 투약했지만 끝내 심정지로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은 신종플루 의한 폐렴 호흡곤란 증후군 심근염.
이광기는 지난 2021년 3월 KBS1 ‘아침마당’의 ‘화요초대석’ 코너에 출연해 “미약한 감기였는데 열이 계속 내리지 않더라. 큰 병원으로 갔는데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안 좋아졌다. 신종플루라고 생각 못 했다. 다음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암담했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아내와 말은 못 하지만 서로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산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웠다”라며 “사망 후 일정 기간 내에 사망 신고를 해야 한다. 안 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후 어느 날 취학 예비 통지서가 날아왔다. 그때 가장 참담했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당시 이광기는 아들의 사망보험금 전액을 아이티 지진 재난 난민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아들 보험금이 통장에 들어왔는데 매일 눈물만 흘렸다. 그때만 해도 종교의 힘을 빌려 극복하려고 했는데 뒤돌아서면 슬펐다. 보험금이 더 슬프게 만들었다. 그때 아이티 지진이 일어났다. 이 보험금이 그곳에 사는 아이들에게 도움 되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이광기는 지난 2010년 1월 아이티로 직접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이광기는 “아이들에게 아들의 옷을 나눠줬다. 세손이라는 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 울었다. 그때 난 아들과 동갑내기인 남자애들만 보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지도 못했다. 세손을 안는 순간 아들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감사의 눈물이 났다. 아직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안겼다.
배우 박보미의 아들 시몬 군은 2023년 5월, 태어난 지 15개월 되던 때 갑작스러운 열감기 이후 경기 증상을 보인 뒤 의식을 잃었고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박보미는 “나의 사랑하는 천사 아들 시몬이가 갑작스러운 열경기로 심정지를 겪었다. 40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기적같이 심장이 다시 뛰고 있다. 지금은 깊은 잠에 빠져있다. 기도의 힘이 필요하다. 많이 기도해달라”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몬 군은 끝내 하늘의 별이 돼 안타까움을 안겼다.
시몬 군의 2주기였던 지난 5월 박보미는 개인 채널에 “오늘은 우리 시몬이가 천사가 된 지 2년째 되는 날. 대견하고 또 대견한 박시몬. 너무 보고 싶다”라며 “나무도 꽃도 없는 바다에 갑자기 벌 한 마리가 나타남. 늘 우리한텐 동그란 달로 나타나는 박시몬. 오늘은 한 마리 벌이 돼 왔네. 장미꽃 한 송이 한 송이 다 들어가 보는 게 정말 우리 한 명 한 명 다 쓰다듬어주는 거 같아서 그렇게 위로 한가득 받고 그리움 한가득 차고 왔네”라고 아들을 향한 애틋함을 드러내 먹먹함을 자아냈다.
이후 박보미는 아들상 슬픔을 딛고 2년 만에 새 생명을 품게 됐다. 지난 5월 22일 박보미는 “#임밍아웃 시몬이 동생이 찾아왔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소중하고 귀한 새 생명을 선물로 허락해줬다”라며 “눈이 펑펑 내리던 설 명절에 찾아와 준 복덩이! 태명은 설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은 사랑하는 시몬이를 먼저 천국으로 보내고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며 시험관 시술을 시작했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한 생명을 품는 일이 결코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소중하고 놀라운 기적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띠모니(첫째) 여동생 확정. 딸랑구라니 너무 설렌다”라며 둘째의 성별을 공개해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가수 진시몬 역시 막내아들상을 당했다.
지난해 11월 21일 ‘베짱이엔터테인먼트’ 채널에 출연한 진시몬은 “외국에서 막내아들이 혼자 살았다. 혼자 있다가 심장마비가 왔는데, 너무 늦게 발견했다. 새벽에 급히 응급실에 갔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가는 모습을 못 봤다”라며 “내가 돈 벌려고 아이를 잘 키우지 못했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야 했다. 나중에 조금 노래 잘 되고, 돈이 벌려서 4000만 원짜리 전세방을 잡고 아들을 키웠다. 이후에 아들이 아내, 큰아들과 필리핀으로 유학을 갔다”라고 알렸다.
이어 “이런 일을 당하니까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기억력도 많이 없어졌다. 아직도 문자가 올 것 같다”라며 “(막내아들은) 너무 불쌍한 아이다. 따뜻한 밥 한 끼 해주고 싶었다. 못 해준 것만 생각난다. 나는 아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믿어줬다. 내가 외롭게 살아서 (아들에게) 힘이 되려고 노력은 많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 ‘나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대중은 언제나 스타에게 웃는 얼굴과 흔들림 없는 모습을 기대한다. 누군가는 이들의 상처를 ‘자식 팔이’, ‘감정 호소’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완벽한 이미지’는 정작 그들이 위로받고 싶었던 순간마저 조용히 덮어버린다. 유교문화에서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을 가장 큰 불효로 여겨왔다. 그만큼 자식을 잃은 슬픔은, 어떤 말로도 감춰지지 않는 깊은 상실이다. 그리고 그 슬픔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결코 덜하지 않다. 가장 견디기 힘든 이별의 아픔을 딛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깊고 뜨거운 응원이 전해지길 바란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이광기, 박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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