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시작된 팬심이 이제는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무대 위에서 전한 노래 한 줄, 진심이 담긴 한마디에 위로받은 이들은 그 감동을 ‘기부’라는 방식으로 되돌리며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어루만진다. 스타들을 향한 사랑이 더 이상 일방향이 아닌,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시대. 팬심은 그렇게 진화 중이다.
최근 몇 년간 팬덤 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과거에는 연예인을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그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스타의 생일이나 데뷔일에 맞춰 진행되는 팬들의 기부에는 공통된 이유가 담겨 있다. “그 노래 덕분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 “그 인터뷰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어요”.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콘텐츠였을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겐 삶을 붙잡아 준 마지막 끈이었다.
가수 임영웅의 34번째 생일을 맞아 팬클럽 ‘영웅시대’가 전국에서 기부 행렬을 펼쳤다.
임영웅 부산 팬클럽 ‘스터디하우스’는 급식 봉사 단체 ‘밥상공동체’에 550만 원을 후원했으며, ‘영웅시대 광주전남’도 같은 재단에 700만 원을 전달했다. ‘대구 영웅시대 투게더방’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소아암 환아 치료비로 300만 원을, ‘웅빛나래방’은 ‘온기저금통’ 프로젝트를 통해 팬들이 모은 금액 470만 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경기북부 팬클럽은 홀몸 어르신, 장애인 가구 등에 김치 400kg을 전달했다. 대전과 세종 팬클럽은 한부모 가정을 위한 성금 616만 원을 전달했다. 부산 금정산 팬클럽도 저소득 아동 청소년을 위해 300만 원을 기탁하는 등 전국에서 기부가 이어졌다.
또, 최근 서울 동북부 팬클럽 회원은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에 발달장애인을 위해 3,000달러를 기부했다. 이번 기부금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진전 ‘나도 사진작가전’ 개최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울정민학교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로 예산 부족과 전문 인력의 부재로 교사들이 직접 졸업사진을 촬영해왔다. 이를 알게 된 나영균 작가는 매년 노원구청의 예산을 통해 사진촬영을 지원해왔다.
올해 나 작가는 결혼이 어려운 발달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웨딩촬영을 기획했으나 예산 편성의 어려움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 소식을 접한 유수현 회장은 ‘서울동북부 영웅시대’에 도움을 요청, 기부처를 찾고 있던 회원과 연결이 성사됐다.
해당 회원은 2024년 4월에 노원교육복지재단을 통해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가브리엘 작업장’에, 같은 해 11월에는 한림화상재단에 각각 3,000달러씩 기부하는 등 꾸준한 나눔 활동을 이어온 인물. 이 회원은 “남편과 사별하고 암투병이라는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임영웅의 노래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며 그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고자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 원을 기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위한 ‘민윤기 치료 센터’를 건립하자 팬클럽 ‘아미’도 발 벗고 나섰다.
세브란스병원은 24일 오전 9시 ‘민윤기 치료 센터’ 일반인 기부금이 2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23일 오전 슈가의 기부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23일 세브란스병원은 제중관 1층에서 ‘민윤기 치료센터’ 착공식을 열었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인 민윤기 치료센터에서는 언어·심리·행동 치료 등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고, 임상·연구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슈가의 50억 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연세의료원 대외협력실에는 ‘아미’와 일반 시민들의 기부 문의가 쏟아졌고, 병원 측은 홈페이지 상시 후원 항목에 ‘민윤기 치료 센터’를 추가했다.
가수 서태지는 팬클럽 ‘서태지매니아’의 선행으로 감사패를 받았다.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는 지난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서태지매니아 청음복지관 감사패 수상을 축하드립니다”라며 “청음복지관이 개관 40주년을 맞이해 감사한 분들을 선정하셨는데 서태지매니아 분들께서 선정되셨다. 오랫동안 후원해 주신 여러분들이 직접 수상을 하셔야 할 상이지만 부득이 저희가 대리로 수상하게 됐다”라고 알렸다.
이어 “여러분들 덕분에 많은 청각장애인분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꿈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러분들 덕분에 ‘서태지’란 이름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청음복지관에서 받은 감사패를 공개했다.
이처럼 팬심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 개인이 받은 위로와 감동을 사회로 확장하는 연대의 힘이 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엔 스타가 있다. 누군가에겐 삶을 버틸 이유가 되어주고, 화려한 말보다 깊은 울림을 담은 노래로 세상을 바꾼 존재. 그리고 그 사랑을 가슴에 품은 팬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선한 움직임으로 그 감동을 이어간다.
팬덤의 기부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받은 사랑을 다시 세상에 건네는 방식이자, ‘나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팬과 스타가 서로에게서 받은 감동이 그렇게 또 다른 생명력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라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의 노래가, 말이, 눈빛 하나가 어떤 사람에겐 삶을 다시 붙잡게 해주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희망을 다시 세상에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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