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국민의힘은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회의 불참과 관련 "잘못된 판단"이라는 입장을 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외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나토 참석을 재고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3년 만에 불참하게 된다면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ies)들은 한국이 그야말로 한반도 이외의 국제 사안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 외교의 무게추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흔들리는 대한민국 외교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의힘 내에 '외교·안보 역량 강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사안별로 꼼꼼하게 검토해 정부에 조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당 의원들도 성명서를 내고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외신에 따르면 호주, 뉴질랜드 등 여타 인태(인도·태평양) 국가들은 나토 참석 가능성이 높은데, 자유민주 국가 진영의 회동이 된 나토 정상회의에 우리만 빠진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페이스북에도 이번 회의 불참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끝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커녕 별다른 외교적 성과 없이 돌아왔다. 혹시 이번에도 그럴까봐, 아니면 특정 국가의 눈치를 살피다가 아예 회의 자체를 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코리아 패싱'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가 된다"며 "국제안보 질서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전략적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이재명 정권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까지 틀어쥐고 '전지전능 모드'에 빠져 있는 현시점에도 국제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득 의원은 "지금 호황기에 있는 'K-방산'을 위해서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며 "최근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국방비 5%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 나토 회원국들이 요구하는 무기를 적시에 적량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방산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명백한 우선순위의 오판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특히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양자 방문 시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 볼 찬스이기도 했다"며 "주어진 기회도 회피하는 게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인가"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나토 정상 회의에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대표로 참석하는 것과 안보실장이 참석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며 "해외에서 바라보는 위상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비판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세'라며 불참 결정은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 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임에도 국민의힘은 중동발 위기가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현 상황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에 진부한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헛된 노력은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 존재 이유가 아니라면 '기승전 정치공세'의 몰염치한 정치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 대통령의 회의 불참에 대해 "미국의 이란 공습 관련 상황을 점검해 볼 때 대통령께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만약에 우리가 조각이 잘 구성되어 있고 원활하게 여러 가지 대응 체계와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면 조금 더 여유가 있겠지만, 아시는 것처럼 우리 총리도 이번 주에 인사청문회를 할 정도"라며 "대통령 외에는 전체적인 이런 국내에 정치 경제의 모든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사실 부재하면 불안할 수 있기에 현실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심 끝에 안 가는 결정을 한 것이고 저는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중동의 정세가 국내의 안보뿐만이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일단 굉장히 심각한 문제 아니겠는가. 종합적으로 잘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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