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윤선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가 《채식주의자의 창조적 배신》을 출간했다. 이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세계적 주목을 끌었던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을 중심으로, 창조성과 문학적 자율성의 관점에서 문학 번역의 새로운 지평을 조명한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스미스의 번역이 단순한 언어의 전환이 아니라, 페미니즘, 윤리와 저항의 주제 의식을 강조한 창조적 재구성이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채식주의자》 영어판인 《The Vegetarian》은 원작보다 더 강하게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여성 연대를 부각시키는 등 ‘페미니즘 번역’의 대표 사례로 분석된다.
또 윤 교수는 국내에서 논란이 되었던 ‘오역’ 논쟁이 단순한 언어적 문제를 넘어 번역과 여성, 권력 사이의 억압적 구조를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번역가의 창조적 자율성이 불안과 반발을 낳는 한국 문단의 현실을 짚으며, 번역이 여성화되는 사회적 인식 역시 비판한다.
책은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의 영어 번역(Human Acts)도 분석하며, 스미스가 단순한 자국화 전략을 넘어서 영어 헤게모니에 저항하고 한국적 맥락을 살린 탈식민주의 번역을 시도했다고 평가한다. 한국어 고유명사와 호칭을 살리는 전략,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맥락 제공 등은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한 성취로 해석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강 이전에 영미권에서 주목받았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번역을 소개하며, 상업성과 문화 번역 사이의 타협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룬다.
윤 교수는 “문학 번역은 문학적이어야 하며, 번역가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창조적인 작가”라며 “번역 비평도 오역 중심의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저서는 번역을 재창작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의 의미와 역할을 성찰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선경 교수는 영국 퀸메리 런던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워릭 대학교에서 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번역과 젠더, 탈식민주의 번역, 번역과 창작, 한국문학 번역 등이 있다. 국제저명 학술지에 여러 논문을 게재했고, 현재 〈페미니즘 번역 연구〉 국제 저널의 특집호 공동 편집장을 맡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고, 경향신문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역서로는 수잔 바스넷의 저서를 옮긴 《번역의 성찰》과 《번역》이 있다. (한국외대 지식출판콘텐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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