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취임 18일 만에 첫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외교 문제는 여야를 떠나 공동 대응하자""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서는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 45분경까지 오찬을 하며 여야 지도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여야 협치'를 위한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첫 회동 자리에는 통합의 의미를 담아 분홍색과 초록, 노랑, 검정, 흰색의 다섯 가지 빛깔의 소면으로 만든 '오색 국수'가 올랐다.
이와함께 강원도산 잣으로 만든 잣죽과 서산산 한우 양념구이, 전남 완도산 전복으로 만든 냉채, 주문진산 대구 소금구이 등 역시 통합의 의미를 담아 '동서남북' 전역에서 공수한 재료로 조리한 '화합의 상차림'이 차려졌다.
이날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비공개 회동 이후 우상호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열고 이날 회동에 대해 "회동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굉장히 다양한 색의 국수가 나온 것도 통합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그 얘기를 하며 다 웃었다"고 격렬한 토론없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 후 야당 지도부들의 발언과 요청 사항 등에 경청하고 대화했다고 우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최근 참석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거론하면서 "G7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나 회복력과 관련해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외교 사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한 것을 높이 평가하자, 여야 지도부 모두 공감했다고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선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어려워 국민들께서 고충이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공감하실 것 같다"며 "추경안 등 정책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은 노력해 가능하면 신속하게 현재 이 어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재산 의혹 등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국민의힘 측 지적에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이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해선 "야당 지도부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이는 국회에서 여야 간에 잘 협상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주장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특히 가족의 신상까지 다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이 입각을 꺼린다"고 말했다.
또 우 수석은 "대통령은 대선 시기 양 후보 측의 공약 중 공통된 부분은 이견 없이 실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관심을 표명하셨고, 여야 지도부는 이후 검토해 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브리핑 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여야 첫번째 회동에 대해 "오늘은 첫 번째 만남이고 오늘은 여야간 대화의 통로를 열고 격의없는 대화를 한다는데 양쪽 의견이 접근됐다"며 "의제에 집중해서 토론하는 그런 회동 형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합의사항으로 발표할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대화가 너무 단절된 여야 관계, 또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큰 진정"이라고 이날 회동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오늘 회동의 형식이 오찬 회동이어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기보다는 야당 지도부가 식사하면서 한 번 더 강조하시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에 대해서 대통령이 관심 있는 부분은 물어보기도 하고,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대통령은) 충분히 이야기 경청하고, 국회가 이야기할 부분은 국회가 이야기하도록 하고, 또 본인이 대답할 수 있는 얘기는 본인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여야가 각각의 지지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아직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한 발짝 확 나가기가 쉽지 않은 여건도 사실"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진전시켜 나가는 그런 준비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용태 "李임기 후 재판 약속...김민석 인청 문제점 등 지적"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하면, 대통령 임기 후 재판받을 것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 인사에 대한 문제 등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재임 전(부터) 진행 중인 재판의 진행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헌법 해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과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추경안에 대해선 "진짜 성장을 내세우면서도 소비 쿠폰, 지역상품권, 부채 탕감이 추경의 약 60%를 차지한다"면서 "특히 빚 탕감 1.1조원은 성실한 채무 상환자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채무 상환 기피 현상을 조장할 수 있기에 보다 정의롭고 창조적인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추경 편성의 실효성 ▲외교·안보 정책 ▲총리 인사청문회 ▲사법부 독립 ▲서울 부동산 시장 ▲외국인 부동산 규제 ▲정치제도 개편 등을 제시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는 청문회도 하기 전부터 차관을 대동해 행사를 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본인의 해명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병기 "野, 추경 적극 협조...김민석, 청문회 다 들어보고 판단해야"
이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송언석 원내대표) 두 분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이 저희가 진정적으로 대화가 되려면 신뢰라는 것이 바탕이 돼야 된다"며 "처음부터 염려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추경에 대해선 "추경 같은 문제만 봐도 윤석열 정부에서 아쉽고 정말 실패한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저희는 이런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경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모든 정책에 있어 제일 나쁜 것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보정도 가능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야 될 것이기 때문에 추경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시작이 반...첫 시작 큰 의미"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 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여야 지도부 오찬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회동에 대한 평가로 "시작이 반"이라며 "오늘 여야 지도부 회동은 첫 시작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가 720일 걸린 것을 본다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여야 회동 정례화 합의 여부에 대해선 "먼저 대화 시작의 중요성이 오늘 첫 회동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만나가며 어떻게 정례화할 것인지 이런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날 회동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선 "상임위원장 선정은 국회 사안이지, 대통령과 관계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2024년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문제는 이미 합의된 바 있어서 지금 논의될 사안도 아니라는 게 저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브리핑에서 "김병기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무엇보다도 추경(추가경정예산) 통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야당 국민의힘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특히 조각 구성과 관련해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일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늘 논의됐던 여야 공통 공약과 관련해 이 문제는 협의해 빨리 처리하자는 것이 저희 당 입장"이라고 했다.
송언석 "김민석, 재검토 요청…이 대통령 즉답 안 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정치 복원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민석 후보자 지명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함께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말로 즉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아빠 찬스, 칭화대 학위 관련 의혹 등을 거론하며 "인사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인 만큼 대통령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아마도 지명 철회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넘겨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할애하는 헌법 원리 복원을 말씀드렸지만 아쉽게도 긍정적인 답을 받지는 못했다"며 "행정과 입법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이 독점할 경우 의석수를 앞세운 무소불위 입법독재 우려가 커, 국회정상화에 앞장서길 부탁했으나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고 여야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씀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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