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바퀴 구조의 캄파냐 T-렉스(Campagna T-Rex)는 진정한 드라이빙을 사랑하는 이를 위한 ‘길거리의 괴물’로 F1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받았다.
캄파냐 모터스의 창립자 다니엘 캄파냐(Daniel Campagna)는 퀘벡 출신의 레이싱 정비사로 운전 실력 또한 수준급이다. 그의 유명한 친구이자 고객 중에는 전설적인 프랑스계 캐나다인 F1 드라이버 질 빌뇌브(Gilles Villeneuve)도 있었다.
캄파냐는 그와 함께 기술팀에서 일했으며, 퀘벡에서 포뮬러 포드 대회에도 참가한 바 있다. 1982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빌뇌브는 캄파냐에게 많은 레이싱 지식을 전수했고, 그는 이 지식을 곧 실전에 적용하게 된다.
캄파냐는 진정한 드라이빙 애호가를 위한 궁극의 차량을 만들고자 했다. 세 바퀴 구조는 차량 무게를 크게 줄여 핸들링 성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F1에서 영감을 받은 낮은 자세와 공격적인 포즈를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식이었다.
폴라리스가 슬링샷으로 세 바퀴 차량을 대중화하기 수십 년 전인 1988년, 그는 퀘벡주의 플레시빌(Plessisville)에서 직접 제작한 첫 삼륜 프로토타입 ‘콘셉트 3(Concept 3)’를 공개했다.
튜브 프레임 섀시, 후면 엔진 배치, 그리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전조등을 갖춘 이 차량은 오픈탑 레이서를 세 바퀴 체인 구동 방식의 형태로 압축해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바이크처럼 가볍고 민첩하면서도 앞바퀴 부분은 스포츠카처럼 안정적이었고, 값비싼 레이싱 팀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차량이었다. 실질적으로 이 차량은 슈퍼바이크의 후륜 구동부에 오픈휠 레이서의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결합한 형태였다.
1994년, 캄파냐 모터스는 미국의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폴 도이치만(Paul Deutschman)과 협력하게 된다. 도이치만은 콜러웨이(Calloway) 커스텀 콜벳 외에도 다양한 차량을 디자인한 바 있다.
그는 콘셉트 3에 전면적인 페이스리프트를 실시하며 캄파냐의 아이코닉한 전조등 포드를 포함한 프론트 프로파일을 완성했으며,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된다. 이렇게 해서 1995년, 본격적인 양산형 T-렉스가 세상에 등장한다.
1.1리터급 4기통 바이크 엔진을 탑재한 초기 모델은 오직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순수한 머신이었다. 이후 개선은 오직 파워트레인 출력 향상, 서스펜션 튜닝, 그리고 중요한 무게 배분 완성에 집중됐다.
캄파냐는 수년간 스즈키, 가와사키 등 스포츠 바이크 제조사와 협력해 엔진을 공급받았다. 초기 모델에는 스즈키 GSX-R1100과 가와사키 닌자 ZX-11이 사용됐으며, 이들 파워트레인은 미국 도로 인증을 위한 관심과 투자로 이어졌다. 그렇게 2001년, T-렉스는 드디어 연방 인증을 받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2008년 기업 합병 이후 캄파냐는 부셰르빌에 신규 공장을 세우고 판매망을 확장한다. 이듬해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이어서 등장한 BMW 4기통 160마력 엔진 탑재 모델, 그리고 2019년에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T-렉스 RR이 출시된다.
ZX-14R의 1441cc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208마력을 발휘하는 RR은 10,000rpm까지 회전하며 0→60mph 가속을 3.9초에 마친다. 요즘 전기차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과 비교하면 놀랍지 않을 수 있지만, 드라이빙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테슬라는 절대 T-렉스를 따라올 수 없다.
RR이 너무 하드코어하게 느껴진다면, 기존 모델인 T-렉스 16S P가 더 적합할 수 있다. RR은 트랙 주행을 위해 라디오조차 제거했지만, 16S P는 백로드에서의 단기 렌탈 운전에 더 알맞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랙션 컨트롤이 없는 16S P가 더 순수한 운전 머신일 수 있으나, RR의 성능 우위는 명확하다.
RR은 LED 전조등과 새로운 헤드라이트 포드를 통해 외관상 구별되며, 탄소섬유 차체는 경량화에 기여한다. 2025년 출시되는 RR 30 스페셜 에디션은 ‘베르데 몬트리올(Verde Montreal)’ 전용 색상과 이탈리아제 새들 브라운 가죽 시트를 갖췄다. 외관은 무도장 탄소섬유 펜더와 루프 스쿱으로 더욱 공격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스페셜 알로이 휠과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는 개성을 더한다.
RR에 장착된 넓고 두꺼운 한국타이어는 기존 16S P의 BFG 타이어보다 더 뛰어난 그립력을 제공한다. 물론 도로에서 가장 빠른 머신은 아니지만, 이처럼 순수한 형태의 운전 머신을 찾기는 어렵다. 그나마 바이크 엔진을 구형 MG B에 얹는 수제 레스트모드가 있겠지만, T-렉스는 그런 차량보다 훨씬 안전하고 접지력도 높다.
이 모든 요소가 과연 T-렉스 RR의 가격을 정당화하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그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MSRP는 8만 290달러(약 1억 1060만 원)이다. 참고로 2025년형 BMW M3 기본형 가격은 7만 775달러(약 1억 640만 원)이며, 최상위 M3 컴피티션 풀옵션과 비교하면 약 6000만 원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게다. 2025년형 M3 컴피티션의 중량은 약 4,000파운드(약 1,814kg)로, T-렉스 RR 약 네 대분이다. T-렉스를 선택하면 다니엘 캄파냐가 1980년대 중반에 그렸던 독창적이면서도 순수한 드라이빙 경험을 함께 구입하는 셈이다.
얼마나 유명한 브랜드 배지를 달았든, 일반 스포츠 쿠페의 주행 감성은 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의 비전만큼 순수하거나 정제돼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가 만든 이 세 바퀴 머신은 지금까지도 시대를 초월해 멋진 존재로 남아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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