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초면입니다만,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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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초면입니다만, 반갑습니다

문화매거진 2025-06-22 13:29:41 신고

▲ 뒤샹(Duchamp, Marcel/프랑스/1887~1968년) 자전거 바퀴(자전거 바퀴와 나무 의자/126.5×31.5×63.5cm/1913년, 1964년 작가 승인 복제본)
▲ 뒤샹(Duchamp, Marcel/프랑스/1887~1968년) 자전거 바퀴(자전거 바퀴와 나무 의자/126.5×31.5×63.5cm/1913년, 1964년 작가 승인 복제본)


[문화매거진=최여민 작가] 익숙함은 때로 지루함을 부른다. 의자 하나, 자전거 바퀴 하나. 너무도 평범해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평범한 물건들이다. 하지만 단어 하나가 더해져 ‘뻔한’ 것이 ‘뻔뻔한’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토록 평범한 물건이 미술관 한가운데 놓이자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왜 이렇게 뻔한 물건이 뻔뻔하게 전시장 한가운데 있는 걸까?”

이 질문 앞에선 자연스레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는 자전거 앞바퀴를 떼어내 나무 의자 위에 거꾸로 세웠다. 언뜻 보면 장난삼아 만든 장난감 같기도 하고, 창고에서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물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자전거 바퀴’는 낯선 조합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뒤흔들며 지금까지 믿어온 예술의 기준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뻔한 물건이 던진 질문은 20세기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예술을 뛰어난 그림 실력이나 정교한 조각 기술처럼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뒤샹은 예술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결코 특별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은 일상적인 물건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뒤샹이 흔든 것은 단지 예술의 정의만이 아니었다. ‘자전거 바퀴’는 그저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람객이 직접 바퀴를 돌릴 수 있는 ‘자전거 바퀴’는 감상이 아닌 참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는 이를 통해 관람자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작품이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뒤샹의 이러한 예술관은 이후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Kinetic’, 즉 ‘움직임’을 뜻하는 이름처럼 키네틱 아트는 작품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관객의 손길에 반응하며 형태와 의미를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예술이다. 이로써 예술은 더 이상 벽에 걸린 채 조용히 감상되는 대상이 아니라 관객과 상호작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역동적인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움직임을 유도하는 이 물건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공장 구석에 놓여 있다면 그저 버려진 고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하얀 전시장에 놓이면 전혀 다른 의미가 입혀진다. 익숙한 일상의 물건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뒤샹은 이 작품을 만들며 특별한 의미나 아름다움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고, 조용히 감상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미술관에 전시되기만 하면 곧 가치 있는 예술로 여겨진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그래서 평범한 듯 엉뚱한 조합으로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고, 모두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예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결국 뒤샹이 진짜로 원했던 것은 사람들이 예술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익숙한 상대라도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나는 망설임 없이 “왜 그래?”라고 묻는다. 뒤샹은 바로 이런 본능적인 호기심을 기대했을 것이다.

우리가 멈춰 서서 고개를 갸웃하는 그 찰나, 뒤샹의 의도는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다시 물음을 던지는 법을 배워간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눈을 가질 때 지루한 일상조차도 의미 있는 질문이 된다. 이제 당신 앞에 놓인 이 익숙한 의자와 바퀴가 건네는 낯선 인사에 답해보자. “초면입니다만,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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