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악화에 더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논의로 삼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다. 조달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 중신용자 대출 축소 등의 연쇄 효과를 우려하며 규제 정책이 되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연체율·부실채권 ‘급등’...중소형 저축은행은 더 심각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9%로, 전년 말(8.52%)보다 상승했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연체율이 20%를 넘는 곳도 있다. 라온저축은행(23.12%), 상상인·상상인플러스(21%대) 등이 대표적이다.
상위 5개 저축은행(OK, SBI, 웰컴, 한국투자, 애큐온)도 연체율 7~9%대를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역시 6~10%대(하나 10.16%, NH 10.12%, KB 9.51%)에 이르고 있다.
부실채권(NPL) 비율도 5대 저축은행 기준 10%를 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3% 내외로 부실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4월말 기준 95조8752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 96조5800억원에서 70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5월 100조원 아래로 내려간 이후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여신 규모가 95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1년 10월 95조5783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수신 잔액도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가 이어져 4월말 기준 98조3941억원으로 줄었다. 1분기 말 99조5873억원에서 한 달 새 1조2000억원 가까이 더 빠졌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97조4187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 최저치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업계엔 ‘독’될 수도
이처럼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논의가 업계에 새로운 부담으로 등장했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16~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는 금리 경쟁력 약화와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인해 예금 유입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따라 예금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이미 0.4%로, 시중은행(0.08%) 대비 5배 수준이다. 보호 한도가 확대되면 보험료율이 최대 27%까지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의 조달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이나 예금금리 인하로 이어져 취약 차주와 예금자 모두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오히려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부담을 가중시켜 실질적인 업황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안전성은 올라가겠지만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한도가 상향됐다고 해서 타업권에서의 머니무브가 활발할 것 같지는 않다”며 “저축은행권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엄청난 부담이고 조달 비용 인상 요인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이런 부분이 부담될 경우 조달 원가 때문에 금리에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저축은행에 미치는 영향
현행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15%로 인하하는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 경우 저축은행,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2024~2025년 79개 저축은행 중 절반 이상이 신규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대출금리 상한이 낮아지면 조달금리 상승과 충당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저축은행은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용점수 700점 미만 중·저신용자는 대출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유입 위험이 커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2019년 5468건에서 2023년 1만7351건으로 151.5% 증가했다.
대형 저축은행과 중소형사 간 양극화도 심화된다. CSS(신용평가모델) 역량이 부족한 지방 중소형사는 신용대출 취급이 더욱 어려워지며, 부동산 PF 등 고위험 대출로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최고금리를 15%로 인하할 경우 신용등급 때문에 16% 이상의 대출을 받던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16%, 17%에 대출을 받던 저신용 취약계층이 시장에서 쫓겨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그렇게 될 경우 15% 이상 20% 이하 중금리 대출을 받던 고객들이 사금융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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