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전경. 사진=중도일보 DB.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면서, 여·야 모두가 약속한 수도권 미이전 중앙행정기관의 후속 이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대통령 및 총리 직속 위원회 및 기관들의 이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새 정부가 집권 초기 유독 해수부에만 집착해 국민적 공론 과정을 생략하면서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란 큰 틀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에서 '종합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이 안에 중앙행정기관 재배치 안이 담기는 모습이 아니다 보니 더욱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전 정부 당시 대국민 공청회를 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이전을 추진했던 모습과 사뭇 대조를 이루는 것도 사실이다. 북극 항로 개척과 조직 개편, 이전 재배치의 당위성을 토대로 한 대국민 설득 노력도 찾기 힘들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놓고, 국민의힘 동조자 또는 새 정부 흠집 내기란 프레임마저 씌우고 있다.
결국 속전속결의 조급한 추진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민심을 겨냥한 포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2030년 완성기를 향하고 있는 세종시의 건설 취지를 놓고 보면,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하는 처사로 읽힌다. 대선 득표율 55.6%로 지지세 3위에 오른 세종시를 '잡아 놓은 물고기'로 간주하며, 희생양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새 정부와 민주당의 움직임이 진정성 있게 비춰지려면, 선결 과제는 분명하다. 바로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위기를 몰고 온 '수도권 초집중·과밀 해소'란 중차대한 과제를 해소하고, 이의 해법으로 통하는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종합 마스터플랜' 제시에 있다.
이 안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설득력을 높인 다음, 해양수산부 재배치 등의 논의가 함께 이뤄진다면 어떤 국민이 반대의 목소리를 낼까.
2월 21일 발의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의 세종시 이전 관련 행특법 개정안. 현재 위원회에 그대로 계류돼 있다. 사진=국회 제공.
▲2025년 민주당이 발의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의 세종시 이전 법률안, 언제 다루나=민주당은 윤석열 전 정부 시기인 2월 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발의했다.
수원 갑을 지역구로 둔 김승원 의원이 대표 발의에 나섰고, 지역구 강준현 의원부터 문진석·장종태·이정문·박정현·이재관 의원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모두 18명이 참여했다.
의원들은 "현행법에서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중앙행정기관 등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하되, 외교부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部)는 이전대상 기관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외교부와 통일부의 경우, 국가 주요 업무의 특수성이 인정된다. 반면 법무부는 범죄 예방과 인권 향상 등의 핵심 업무가 정부부처와 연계를 필요로 하고, (성평등가족부로 변화 흐름인) 여성가족부도 이전 제외 기관에서 삭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법안은 이 같은 의미를 담아 2개 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사실상 명시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법무부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는가'란 부정적 시선이 표출되고 있다.
환경부의 기후 업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 등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는 자연스레 세종청사 내에서 이전 재배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법률 개정이나 입법 사항이 아닌 '수도권 제 기관' 이전도 물음표=해수부 논란이 더욱 커진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이 윤석열 전 정부를 향해 여러차례 지적해온 사항들이 거론되지 않고 있어서다.
해수부 이전과 마찬가지로 법률 개정이나 입법 사항이 아닌 기관·위원회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40명)와 경제사회노동위(36명), 농어업·농어촌특별위(30명), 저출산고령사회위(40명), 방송통신위원회(281명)가 대표적이고, 감사원 역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이의 정상 재배치에 소극적이란 목소리를 높여왔다.
총리 직속 위원회인 금융위원회(333명)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156명), 원자력안전위원회(127명),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48명)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소속 이북5도위원회(62명)와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등의 위원회(12명),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120명),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236명)까지 모두 서울 또는 경기도권에 잔류해 있다.
이의 문제를 누구보다 앞장서 언급해온 홍성국 최고위원(전 세종 갑 국회의원)이 국정기획위에 합류해 있는 만큼, 실효성 있고 실행력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세종시 이전이 필요한 수도권 소재 위원회. 사진=홍성국 전 의원실 제공
▲노무현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수도권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조속한 결정 요구=노무현 참여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재배치부터 12개 혁신도시 지정으로 '국가균형발전'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2차 이전 검토는 이의 성과를 이어가는 조치다. 현재 150개 안팎의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새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당초 윤 정부는 올 하반기를 예고한 바 있다.
국정기획위도 이 점을 감안한 국정 계획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에서 환승하는 GTX 노선 모습. 사진=이희택 기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날고, 지방 철도는 기고=수도권 GTX는 2020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흡수한 이후부터 가속도를 냈고, 2024년 첫 개통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집값이 다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배경 중 하나다. 반면 지방은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더딘 흐름에 놓여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새 정부가 충청권 광역 급행철도(CTX) 등을 포함 지방 철도망 구축에 있어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기능을 다 갖춘 도시에서 교통마저 편리하다면, 그 누가 지방으로 시선을 돌리겠는가.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해수부 이전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국정기획위의 60일 활동을 끝낸 뒤 '국정 5개년 계획' 아래 제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도권 소재 HMM과 산업은행에 대해선 왜 속전속결의 대응을 하지 못하는가. 그래서 우려와 오해에 동시 직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이희택·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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