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의도적 배제 의심…시, 전시 콘텐츠 부실 지적에 한계 인정
정식 개관 여부 불투명…"통합 위한 전당이 분열로 가는 모습 타당 않아"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고 창원에 건립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임시 개관 전후로 줄곧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명칭 선정 과정부터 운영자문위원회 구성, 전시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민주화단체를 중심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대로 정식 개관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민주주의전당 건립 경과를 짚어보고, 논란이 된 사항들과 그 배경을 짚어보는 기사를 두 편으로 나눠 송고합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지난 10일 경남 창원에 임시 개관한 이후 또 하나의 논란이 된 부분은 전시 콘텐츠다.
관람을 마친 민주화단체를 중심으로 핵심 설명이 빠지는 등 콘텐츠가 부실하고 다소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등의 비판이 잇따른다.
◇ 3·15의거 설명에 '이승만' 기록 빠져…맥락에 맞지 않는 전시도
창원에서 발생한 3·15의거는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민주화운동 중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으로, 1960년 3월 15일 옛 마산시에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이 자행한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났다.
당시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참혹한 주검이 부산·마산과 서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민주주의전당에도 3·15의거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포함됐다.
그러나 3·15의거를 설명하는 메인 패널에는 '자유당 정권'이라고만 쓰여 있고, '이승만'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빠졌다.
민주화단체 등에서는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시 콘텐츠가 핵심 설명을 비켜 갔다는 비판 속에 '부적절 운영자문위원'으로 지목된 김미나·남재욱 의원의 이승만에 대한 발언도 재조명된다.
남 의원은 지난해 7월 22일 열린 본회의에서 '역사 바로 알리기'를 주제로 5분 발언을 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공산 전체주의 독재 세력에 맞서서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낸 건국혁명가"라며 "이승만·박정희 두 인물을 빼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2022년 9월 도서관사업소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립 공공도서관에) 공산당 책이 차고 넘치더라. 그런데 검색해보니까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책은 나오지 않더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주의전당 벽면에 적힌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언 역시 전시 맥락에 맞지 않다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남 의원의 요구에 따라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 의원은 지난해 12월 11일 기획행정위 회의에서 "우리끼리 우리(만의) 전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 민주화 관련 내용도 넣을 것을 주문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언"이라며 "인류와 자유와 정의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이지만,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전시해야 할 것은 수입된 명언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민주화를 외친 분들의 언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당을 만든 사람들은 대한민국 민주항쟁에 대한 참여도, 경험도, 이해도, 간절함도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 민주주의전당 정식 개관 우려 목소리…시 "검토 중"
이처럼 민주주의전당을 둘러싸고 민주화단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로부터도 반발이 커지자 창원시는 전시 콘텐츠 개선과 운영자문위 위원 구성 등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시 콘텐츠에 한계가 있었음도 인정했다.
당초 가칭 창원민주주의전당에 맞춰 전시 용역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갑자기 명칭이 바뀌면서 콘텐츠 수정 등에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결국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추진한 일방적 명칭 변경이 전시 콘텐츠 논란과도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는 운영자문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계엄을 옹호한 다른 위촉직 인사 1명에 대해서는 검토하되, 당연직 시의원 2명에 대해서는 조례상 시의장 추천 몫으로 돼 있기에 개입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런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오는 29일 민주주의전당 개관식 개최 여부를 두고도 고심에 빠졌다.
민주화단체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로부터는 전시 콘텐츠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이미 '개관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상황이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장이 추천하더라도 관례적, 상식적 수준에서 여야 몫을 균형있게 나눈다든지 해야 하는데, 민주주의전당 설립에 부정적이거나 물의를 빚은 사람을 추천한 건 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의장이 잘못을 시인하고 철회하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계각층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 위원으로 그대로 있는다면 그 어느 누가 개관식에 참여하려고 하겠느냐"며 "어떻게 보면 통합을 위해 민주주의전당이 만들어진 건데 오히려 전당 때문에 분열로 가는 현재의 모습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는 정식 개관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치고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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