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바바러 쿠니의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에서, 어린 앨리스에게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말씀이 바로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었다. 앨리스는 그 말씀을 잊지 않았고 세상을 여행하고 인생의 마무리에는 아름답게 하는 일을 했다. 루핀 꽃씨를 뿌리는 것으로. 독해가 빠른 아이들은 여러 책을 읽어줄 때마다 책속 인물들이 하는 일이 루핀부인과 같다는 진실을 잘 찾아낸다. 『리디아의 정원』이나 『단어수집가』의 제롬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맥락을 다룬 미학 책들을 읽는 일은 그래서 즐겁다. 과연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질문. 매끄럽지 않은 세계. 늙고 병든 루핀 부인이 꽃씨를 뿌리고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것, 리디아가 폐허 같은 옥상을 꽃밭으로 일구는 것 같은 각성과 표현이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진실과 같다. 그냥 가꾸어진 꽃밭과 다른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나희덕의 산문집이 매끄럽게 느껴졌던거겠다. 미학을 공부하는 것은 바로 해석하는 눈을 키워주는 것이겠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자신의 문장으로 풀어나갔다는 것, 그래서 문장의 자연스러움으로 훌훌 읽으며 미학의 뼈대를 이해할 수 있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정선된 언어로 차분하게 알려주는. 그래서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저자가 설명하는 예시의 대부분이 영화 미학이었는데, 두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았던 영화였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다. 심지어 블로그에 글을 썼던 영화들이다. 내심 시대적으로 주요한 영화들을 다 봤다는 흐뭇함도 기분 좋았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설명하고 내 삶으로 연결하는 일에 대해 저자가 활용한 어휘들도 반가웠다. 마치 파편처럼 둥둥 떠다니던 저마다의 어휘들이 내 체계안에서 꿰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마어마한 미학이론과 저서들, 영화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 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카오스 혼돈 균열 같은 삶의 지각변동을 마주하는 태도, 타자를 대하는 다정함의 이유 같은 것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처음 읽는 내용도 아니지만,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내 말로 설명하는 일도 벅찬 철학 앞에 고요하게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 삶의 이유와 태도를 다시 돌아보고 내면으로 향하는, 그런 태도들을 이미 장착한 것 같아 보이는 우리 반 아이들 몇 명도 떠올랐다. 저 아이들은 어찌 벌써 스스로를 잘 돌보고 단련하며 다정한지. 그 아이들이 내면을 잘 다스리며 이 어지러운 세상을 잘 견뎌 나가길.
생각이 정리되는 책이지만, 생각을 더 벌려 놓는 책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시기의 내게 매우 적절하다. 저자도 이런 시간들을 통과해서 썼단다. 오래전 겁내던 『죄와 벌』을 읽고나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듯, 미루어 둔 숙제 같은 책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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